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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특약사항 한 줄 때문에 보증금 다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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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특약사항 한 줄 때문에 보증금 다툴 뻔했다

명도 현장에서 집을 비우는 날,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다른 계약서를 기억하는 듯한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특히 월세 특약사항에 ‘퇴거 시 원상복구’라고만 적혀 있으면 그렇습니다. 임차인은 살면서 생긴 흔적이라고 하고, 임대인은 수리비를 보증금에서 빼겠다고 합니다. 계약할 때 5분만 더 썼다면 피할 수 있었을 다툼입니다.

경매로 낙찰받은 집을 월세로 돌릴 때도 이 문제는 똑같습니다. 낙찰 전에는 권리분석에 온 신경을 쓰다가, 새 임차인을 받는 순간 계약서 뒤쪽 특약은 중개사가 써준 문구를 그대로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입찰장에서 한 줄을 놓치면 돈이 나가듯, 월세 계약에서도 모호한 한 줄이 퇴거 때 비용이 됩니다.

‘원상복구’ 다섯 글자만 쓰면 범위가 달라진다

가령 입주 당시 벽지에 작은 얼룩이 있었고, 2년 뒤 퇴거할 때 벽지 색이 조금 더 바랬다고 해보죠. ‘퇴거 시 원상복구’만 적어두면 이 얼룩과 변색을 누가 부담할지 계약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입주 전 사진과 수리 내역을 남기고, 특약에는 범위를 나눠 적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임차인의 고의·과실로 파손한 시설은 임차인이 수리하되,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마모와 노후는 제외한다. 입주 당시 상태는 양측이 확인한 사진을 기준으로 한다’는 식입니다. 사진에는 촬영 날짜가 남도록 하고, 벽지뿐 아니라 창틀, 싱크대 하부, 욕실 실리콘, 보일러 표시창까지 찍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는 것보다 어느 방의 어느 부분인지 알아볼 수 있게 남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민법은 임대인이 계약 기간 동안 주택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일러가 고장 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수리비는 임차인 부담’이라고 적는 건 위험합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배수구를 막히게 했거나 문짝을 깨뜨렸다면 그 경위도 따져야 합니다. 특약은 법에서 정한 책임을 지워버리는 주문이 아니라, 분쟁이 생겼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준이어야 합니다.

관리비 10만 원이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적는다

월세 60만 원에 관리비 10만 원인 집과 월세 68만 원에 관리비 2만 원인 집은 매달 내는 돈이 같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집의 관리비에 인터넷, 수도, 공용전기료가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면 실제 부담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월세 액수만 비교하지 않고 고지서와 관리비 항목을 함께 봅니다.

계약서에는 ‘관리비 월 10만 원’에서 멈추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정액으로 받는 항목과 사용량에 따라 별도로 내는 항목을 구분하고, 납부일도 적습니다. 예를 들어 ‘관리비에는 공용전기료와 청소비가 포함되며, 전기·가스·수도 사용료는 임차인이 별도 납부한다’처럼 써야 퇴거할 때 미납 공과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리비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면 금액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월세 납부일도 ‘매월 말일’보다 ‘매월 25일에 다음 달분을 임대인 명의 계좌로 지급한다’처럼 선불·후불을 분명히 쓰는 편이 낫습니다. 입주일이 25일이 아니라면 첫 달 월세를 일할 계산할지, 얼마를 언제 낼지 숫자로 적습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첫 납부일부터 서로 다른 계산서를 들고 오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보증금 반환과 퇴거 날짜는 함께 맞춘다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70만 원인 계약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임차인이 이삿짐을 빼는 날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다음 집 잔금을 치를 수 있는데, 계약서에는 ‘퇴거 후 시설 확인을 거쳐 반환’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시설 확인이 하루인지 한 달인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해집니다.

저라면 계약 종료일의 주택 인도와 보증금 반환 일정을 함께 적고, 미납 월세·공과금이나 확인된 손상 비용의 처리 방법을 분리합니다. 수리비가 다투어지는 경우라면 견적이나 영수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절차도 정합니다. ‘임대인이 정하는 금액을 보증금에서 공제한다’처럼 한쪽 판단만으로 끝나는 문구는 나중에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받기 전에 전입신고를 먼저 빼달라는 요구도 가볍게 받아들일 일이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은 대항력과 연결되고,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을 판단할 때 중요합니다. 경매 물건의 임차인을 조사할 때 제가 전입일과 확정일자를 꼼꼼히 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사 일정이 어긋나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면, 전출이나 열쇠 인도부터 서두르기 전에 자신의 권리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무조건 퇴거’ 같은 문구보다 절차를 남긴다

계약서에 ‘월세를 한 번만 밀려도 즉시 퇴거한다’고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장은 단호하지만, 그 한 줄로 바로 집을 비우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일정한 차임 연체를 계약갱신 요구 거절 사유로 정하고 있고, 계약 해지나 명도 역시 법적 요건과 절차를 따져야 합니다. 임대인에게도 임차인에게도 과장된 문구는 도움이 안 됩니다.

반려동물, 실내 흡연, 벽 타공처럼 생활 방식과 관련된 사항은 더 구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금지’라고만 적기보다 허용 여부, 사전 동의가 필요한 범위, 실제 훼손이나 냄새 제거 비용을 어떤 자료로 확인할지 적는 식입니다. 특약이 길어지는 게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돈이 오가거나 퇴거 때 다툴 가능성이 큰 항목부터 쓰면 됩니다.

경매 투자자는 낙찰가와 대출이자, 수리비에는 민감합니다. 그런데 새 임차인을 받을 때 특약을 대충 쓰면 그동안 계산한 수익이 수리비 분쟁과 공실 기간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저는 계약서에 멋있는 문장을 남기기보다, 두 사람이 같은 날짜에 같은 금액을 떠올릴 수 있는 문장을 남기는 쪽을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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