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무료 법원경매 정보
부동산, 자동차 법원 경매전문

분묘기지권 등기 없다고 믿고 임야에 갔다가 멈췄다

Last Updated :
분묘기지권 등기 없다고 믿고 임야에 갔다가 멈췄다

몇 해 전 임야 한 필지를 보러 갔을 때였다. 등기사항증명서에는 분묘와 관련된 권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봉분 두 기와 제사 지낼 때 쓰는 것으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자리에서 입찰가 계산을 멈췄다. 땅을 낙찰받아도 그 자리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경매 초보라면 ‘분묘기지권 등기’부터 찾기 쉽다. 등기부에 없으면 깨끗한 땅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분묘기지권은 그렇게 확인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서류에서 안 보이는 권리가 현장에서는 토지 이용을 막을 수 있다.

분묘기지권은 등기부에 없어도 주장할 수 있다

분묘기지권은 다른 사람의 땅에 있는 분묘를 지키고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그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관습법상 권리다.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분묘라면 등기 없이 권리가 성립하고, 새로 땅을 취득한 사람에게도 주장할 수 있다고 봐 왔다.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분묘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립 경로도 하나가 아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고 분묘를 설치한 경우가 있다. 자기 땅에 분묘를 만든 뒤 그 땅을 팔면서 이장하기로 약속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오래전 타인의 땅에 승낙 없이 설치했더라도, 일정한 조건 아래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개적으로 분묘 기지를 점유해 시효로 권리를 취득한 경우가 있다. 어느 경로인지에 따라 확인할 사실과 지료 문제도 달라진다.

특히 설치 시점을 대충 넘기면 안 된다. 대법원은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 시효취득에 관한 기존 관습법이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그날 이후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상 토지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규정이 적용된다. 그렇다고 오래된 묘처럼 보인다는 인상만으로 설치 연도를 확정할 수는 없다. 봉분을 손본 시기와 처음 설치한 시기는 다를 수 있다.

등기사항증명서 다음에는 발로 확인할 차례다

제가 임야 입찰 전에 보는 서류는 등기사항증명서만이 아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비고,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 사진을 나란히 놓는다. 어느 문서에 ‘분묘 소재’라고 적혀 있다면 위치와 수량부터 맞춰 본다. 다만 서류에 적힌 묘의 개수가 현장과 같다는 보장은 없다. 수풀이 우거진 계절에는 작은 봉분이 사진에서 빠지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지적도와 지번을 대조하며 경계 부근부터 걷는다. 봉분, 비석, 상석뿐 아니라 주변에 사람이 드나드는 길과 관리 흔적도 본다. 분묘기지권의 범위는 임야 한 필지 전체로 자동 확장되는 게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분묘 자체의 자리와 수호·제사에 필요한 주변 범위를 기준으로 본다. 그런데 그 ‘필요한 범위’가 사업 계획에서 쓰려던 평탄한 자리와 겹치면, 면적이 작아도 손실은 커진다.

항공사진은 과거 모습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나무에 가린 봉분의 설치 연도를 사진 한 장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인근 주민에게 들은 이야기도 단서로만 쓴다. 실제 입찰 판단에는 분묘의 위치, 설치 시점, 누가 관리하는지, 옛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있었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연고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없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싸게 낙찰받아도 이장비가 빠지면 계산이 달라진다

숫자로 놓으면 더 선명하다. 예를 들어 9천만 원에 낙찰받아 1억 2천5백만 원에 팔 수 있을 것 같은 임야가 있다고 하자. 취득세, 등기비, 측량비, 중개비 등을 합쳐 9백만 원을 잡으면 차액은 2천6백만 원이다. 아직 대출이자와 보유비용, 양도 관련 세금은 빠져 있다. 분묘 때문에 매수자를 찾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협의 비용이 생기면 그 차액은 금방 줄어든다. 이 금액은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이지, 이장 협의비의 시세가 아니다.

‘사용료를 받으면 되지 않나’라는 말도 듣는다. 대법원은 시효취득형 분묘기지권에 관해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때부터 권리자가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시기에 분묘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승낙을 받아 설치한 분묘나 토지를 양도하며 남겨 둔 분묘는 성립 경위와 약정에 따라 지료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

분묘가 보인다고 곧바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분묘로 알아볼 수 있는 형태인지, 실제로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권리가 성립할 만한 경위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권리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낙찰자가 임의로 파내거나 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장에는 법에 정해진 절차가 있고, 권리 다툼이 있으면 별도로 풀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을 입찰 전에 잡아 두는 이유다.

입찰표를 쓰기 전에 확인하는 네 가지

  •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에 적힌 분묘 표시가 현장과 일치하는가.
  • 봉분의 위치가 실제 활용하려는 땅, 진입로, 측량 경계와 겹치는가.
  • 설치 시점과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가.
  • 분묘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도 팔거나 보유할 수 있는 가격인가.

네 번째를 가장 늦게 계산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저는 먼저 묻는다. 이장을 전제로 해야만 수익이 나는 물건인가. 그렇다면 연고자와의 협의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감당할 금액까지 입찰가에서 빼야 한다. 현장 확인이나 자료 확보가 어렵다면 수익률을 높여 적는다고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날 본 임야도 등기부만 봤다면 입찰했을지 모른다. 봉분 앞에서 다시 계산해 보니, 내가 기대한 가격은 땅 전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가정 위에 있었다. 분묘기지권 등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출발점일 뿐이다. 경매에서는 서류에 없는 부담까지 가격에 넣을 수 있어야, 싸게 산 것과 비싸게 떠안은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분묘기지권 등기 없다고 믿고 임야에 갔다가 멈췄다 - 요약
분묘기지권 등기 없다고 믿고 임야에 갔다가 멈췄다 | 대한민국 무료 법원경매 정보 : https://koauction.com/10440
부동산, 자동차 법원 경매전문
대한민국 무료 법원경매 정보 © koauction.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