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매계약서 보는법 현장에서 다시 배웠다

땅을 보러 갔다가 계약서 첫 장에서 멈춘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는 넓은 진입로가 있었는데, 지적도에는 그 길이 매매 대상 토지에 포함돼 있지 않았거든요. 경매 물건을 볼 때도 익숙한 장면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과 서류에 적힌 권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 매매에서는 그 차이를 계약 전에 확인하고, 누가 어떻게 해결할지 문장으로 남겨야 합니다.
주소와 면적보다 먼저 매매 대상을 맞춘다
토지매매계약서 보는법의 시작은 가격이 아닙니다. 계약서의 소재지, 지번, 지목, 면적이 토지대장과 등기사항증명서의 표시와 맞는지 한 글자씩 대조합니다. 여러 필지를 함께 산다면 지번마다 적혀 있는지도 봅니다. ‘인접 토지 포함’ 같은 표현만으로는 어느 땅을 넘겨받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 필지의 일부만 사는 거래라면 더 조심스럽습니다. 분할 전에는 넘겨받을 부분의 위치와 면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도면에 경계를 표시하고, 분할 측량 결과 면적이 달라질 때 대금을 어떻게 조정할지 계약서에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0㎡를 사기로 했는데 분할 뒤 280㎡가 나온다면, 단순히 ‘서로 협의한다’는 말로는 갈등을 풀기 어렵습니다. 분할이 가능한지도 관할 지자체와 확인할 일입니다.
매도인이 등기상 소유자인지도 확인합니다. 공유 토지라면 지분만 파는지, 공유자 전원이 각자 지분을 파는지 계약 당사자와 서명란까지 맞춰야 합니다.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 내용과 본인 의사를 확인하고, 대금은 누구 명의 계좌로 보낼지 명확히 적습니다. 계약서에 도장 하나 더 받는 문제보다, 내가 누구에게서 어떤 권리를 사는지가 먼저입니다.
길이 있다고 쓸 수 있는 땅은 아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오래 보는 곳은 진입로입니다. 차가 드나든 흔적이 있다고 내 차도 계속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적도에서 도로와 맞닿는지, 길로 쓰는 땅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통행에 필요한 권원이 있는지 따로 확인합니다. 건축을 생각한다면 건축법상 도로 요건과 실제 진입 가능 여부도 관할 지자체에 물어야 합니다. ‘도로 있음’이라는 광고 문구를 계약서의 보장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토지이음에서 용도지역과 각종 규제를 보고, 토지대장의 지목과 현장 이용 상태를 비교합니다. 전으로 적혀 있는데 현장에는 흙을 채워 놓았거나, 임야인데 평탄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모습이 적법한지, 원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농지라면 농지취득자격증명 필요 여부와 취득 가능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면 허가 대상인지부터 확인합니다. 허가 대상 거래는 허가를 받지 못했을 때 계약금과 지급 일정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적어야 합니다.
한번은 매도인이 ‘여기까지가 우리 땅’이라며 펜스를 가리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적도상 경계는 펜스와 달랐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말로 확인했다고 넘어가지 않습니다. 경계가 중요하다면 지적측량을 거쳐 위치를 확인하고, 비용 부담과 경계 침범이 발견됐을 때의 처리 방식을 계약서에 남깁니다.
잔금일에는 빚과 점유를 함께 넘겨받지 않는다
등기사항증명서 갑구에서는 소유권과 가압류·가처분 등을, 을구에서는 근저당권과 지상권 같은 권리를 봅니다. 계약할 때 깨끗하던 등기가 잔금 전까지 그대로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계약 직전과 잔금 직전에 다시 발급해 비교하는 이유입니다. 근저당이 있다면 ‘잔금으로 갚는다’는 말만 믿지 말고, 잔금 지급과 말소 서류 수령을 동시에 진행할 방법을 정해야 합니다.
토지 위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수목, 적치물도 그냥 따라오는 물건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소유자가 다르거나 임차인이 사용 중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무엇을 포함해 넘기는지, 누가 언제 치우는지, 점유자를 언제 인도하는지 적습니다. 특히 ‘현 상태로 인도’라는 한 줄은 범위가 넓습니다. 잔금 뒤 폐기물 처리비가 500만 원 나와도 누가 부담할지 불분명하면 다툼부터 시작됩니다.
제가 확인하는 잔금 문구는 세 가지입니다. 잔금 지급과 소유권이전등기 서류 교부가 같은 날 이뤄지는지, 기존 권리의 말소와 점유 인도가 언제 끝나는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떤 절차로 처리하는지입니다.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를 예정이라면 금융기관의 취급 가능 여부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토지 담보대출은 주택 대출과 조건이 같지 않고,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부족분은 결국 내 몫입니다.
특약은 막연한 약속 대신 날짜와 행동을 쓴다
특약란에는 ‘매도인이 책임진다’보다 책임질 일을 구체적으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은 잔금일까지 토지 위 적치물을 철거하고 빈 상태로 인도한다’처럼 기한과 상태를 적는 겁니다. 경계 측량, 분할, 기존 근저당 말소, 농지취득자격증명이나 토지거래허가와 관련된 일정도 거래에 맞게 정합니다. 허가나 증명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때의 계약금 반환과 협조 의무를 함께 협의해야 합니다.
계약금을 보낸 뒤 마음이 바뀌면 무조건 돌려받는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민법상 다른 약정이 없으면, 당사자 한쪽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을 준 쪽은 이를 포기하고, 받은 쪽은 배액을 돌려주며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실제 거래에서는 약정 내용과 이행 단계에 따라 다툼이 생기므로 계약금 액수와 중도금 날짜를 가볍게 정하면 안 됩니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부동산 거래신고 기한도 챙겨야 합니다. 현행 부동산거래신고법상 원칙적으로 계약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입니다.
경매에서는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 현장 조사를 맞춰 보지만 일반 매매에서는 계약서가 위험을 나눠 갖는 기준이 됩니다. 싸게 나온 땅을 보면 가격부터 계산하기 쉽죠. 저는 먼저 지번과 경계, 길, 남아 있는 권리와 사람을 확인합니다. 그 답이 서류와 현장에서 같고 계약서에도 담겨 있을 때 비로소 얼마에 살지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