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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매매 계약서 쓰기 전, 현장에서 직접 뒤집어본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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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매매 계약서 쓰기 전, 현장에서 직접 뒤집어본 진짜 이야기

현장에 가면 숫자가 먼저 거짓말을 합니다

얼마 전 강남 외곽에 나온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보러 갔습니다. 매도자는 월세가 꽉 찼고 수익률이 4.8%라고 했죠. 서류만 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지 78평, 연면적 230평, 보증금 4억 2천만 원에 월세 1,850만 원. 매매가는 46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서 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1층 커피숍은 손님이 거의 없었고, 3층 학원은 간판은 있는데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관리인에게 슬쩍 물어보니 3층은 두 달째 월세가 밀렸고, 4층 사무실은 계약 만료 후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빌딩매매에서 제일 위험한 게 바로 이겁니다. 숫자는 현재형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금흐름은 이미 흔들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보 때는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임대차계약서만 맞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경매와 일반 매매 물건을 같이 보면서 느낀 건, 빌딩은 서류보다 현장 소리가 더 빨리 알려준다는 겁니다. 엘리베이터 소음, 계단 냄새, 공실층 먼지, 임차인 표정까지 다 자료입니다.

빌딩매매에서 수익률만 보면 거의 당합니다

매도자가 말하는 수익률은 대개 예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공실률은 낮게 잡고, 수선비는 빼고, 부가세나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관리 인건비는 대충 넘깁니다. 특히 오래된 빌딩은 설비가 돈을 먹습니다. 방수, 배관, 소방, 승강기, 외벽 보수는 한 번 터지면 몇백만 원 단위가 아니라 몇천만 원 단위로 나갑니다.

예를 들어 월세 1,500만 원짜리 건물이라고 해도 순수익이 그대로 1,500만 원은 아닙니다. 대출이자 700만 원, 재산세와 보험료 월 환산 150만 원, 관리비 미수나 공실 손실 100만 원, 수선충당 150만 원을 빼면 실제 남는 돈은 400만 원 수준일 수 있습니다. 매매가 35억 원짜리 건물에서 자기자본을 12억 원 넣고 월 400만 원 남긴다면,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죠.

제가 빌딩을 볼 때는 매도자 수익률을 그대로 믿지 않고 세 가지 숫자를 따로 만듭니다.

  • 현재 임대차 기준 실제 현금흐름
  • 공실 20%를 반영한 보수적 현금흐름
  • 금리 1% 상승 시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마이너스가 심하게 나오면 저는 가격을 다시 봅니다. 빌딩매매는 낙관으로 사는 순간,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계좌가 먼저 지칩니다.

권리분석은 경매 물건에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일반 매매라고 권리관계가 깨끗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등기부에 근저당이 많거나, 가압류가 붙었다가 말소된 흔적이 많거나, 임차인 전입과 확정일자가 복잡한 건물은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는 환산보증금, 대항력, 우선변제, 계약갱신 요구권이 얽히면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본 물건 중에 1층 음식점 임차인이 보증금 1억 원, 월세 600만 원으로 들어와 있던 건물이 있었습니다. 매도자는 “곧 나갈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보니 갱신 요구를 할 여지가 남아 있었고, 시설비도 꽤 들어간 업장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매수인이 새로 리모델링해서 임대료를 올리려 해도 마음대로 안 됩니다. 임차인이 버티면 계획이 1년, 2년 밀릴 수 있습니다.

경매에서는 말소기준권리부터 따지고, 대항력 있는 임차인을 무서워합니다. 일반 빌딩매매도 똑같이 봐야 합니다. 다만 입찰장이 아니라 중개사무소 테이블 위에서 벌어질 뿐입니다. 임대차계약서 원본, 사업자등록 현황, 전입세대 열람 가능 여부, 보증금 실제 수령 내역, 월세 입금 계좌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말로 듣는 임차인 현황은 자료가 아닙니다.

가격 협상은 감정가가 아니라 고칠 돈에서 시작됩니다

빌딩 가격을 깎을 때 “비싸다”는 말은 힘이 약합니다.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현장 체크 후 예상 수선비를 숫자로 만들어 협상합니다. 옥상 방수 1,200만 원, 외벽 코킹 800만 원, 노후 분전반 교체 600만 원, 승강기 주요 부품 교체 1,500만 원처럼 항목을 쪼갭니다. 그러면 매도자도 쉽게 무시하지 못합니다.

빌딩매매에서 초보가 놓치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사 비용, 대출 부대비용, 부가세 이슈, 명도 비용, 원상복구 분쟁, 간판 정비, 소방 보완, 주차장 문제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용도변경을 염두에 둔 매수라면 구청 확인이 먼저입니다. “나중에 바꾸면 된다”는 말은 돈을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위험한 문장입니다.

제가 실제로 협상할 때 자주 쓰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매도자가 제시한 임대수익을 인정하는 척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계산한 보수적 수익표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장 수선 항목을 붙입니다. 대출금리와 공실 리스크를 반영한 매수가격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싸움으로 가면 거래가 깨지고, 숫자로 가면 협상의 여지가 생깁니다.

초보라면 예쁜 건물보다 버틸 수 있는 건물을 보세요

처음 빌딩매매를 알아보는 분들은 외관이 깔끔하고 역에서 가까운 물건에 마음이 갑니다. 물론 입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빌딩 투자는 예쁜 사진을 사는 게 아니라 매달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구조를 사는 겁니다. 외관이 조금 낡아도 임차 수요가 단단하고, 대출 부담이 적고, 큰 하자가 없다면 오히려 편한 물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신축급으로 보이는데 분양가가 높게 형성된 꼬마빌딩은 조심해야 합니다. 임대료를 높게 잡아야 수익률이 맞는데, 주변 시세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실이 생깁니다. 대출을 많이 끼고 샀다면 공실 한 층만 나와도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립니다. 빌딩은 팔고 싶을 때 바로 팔리는 자산도 아닙니다. 매수자는 적고, 가격 단위는 크고, 시장 분위기에 따라 협상력이 확 바뀝니다.

저라면 첫 빌딩은 욕심을 줄여서 봅니다. 대출이자를 내고도 6개월 이상 버틸 현금이 남는지, 임차인 한두 곳이 나가도 무너지지 않는지, 내가 이해하지 못한 권리관계가 없는지부터 봅니다. 수익률 1% 더 높이려다가 소송과 공실, 보수공사에 끌려다니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빌딩매매는 잘 사면 든든한 자산이 됩니다. 그런데 잘못 사면 매일 전화 오는 자산이 됩니다. 임차인 전화, 은행 전화, 공사업체 전화, 세무사 전화가 번갈아 옵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일수록 화려한 매물 소개서보다 등기부, 임대차, 현장, 세금, 대출 조건을 더 오래 붙잡고 보라고 말합니다. 돈 되는 건물은 대개 조용히 버티는 힘이 있고, 위험한 건물은 처음부터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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