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빌딩매매 물건 직접 검토해봤더니 숫자보다 임차인이 먼저 보였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강남빌딩매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역에서 도보 7분, 대지 90평대, 연면적 300평 조금 넘는 5층짜리 근생 건물이었습니다. 매도가는 165억. 브로커 말로는 “강남에서 이 정도면 다시 안 나온다”였죠. 저는 그런 말 들으면 먼저 웃습니다. 10년 넘게 경매장 다니면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 다시 안 나오는 물건은 거의 없고, 급하게 들어간 돈은 생각보다 자주 묶입니다.
강남 빌딩은 이름만 들어도 좋아 보입니다. 삼성동, 역삼동, 논현동, 청담동, 신사동. 주소만 찍어도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빌딩 투자는 아파트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지 모양, 도로 폭, 임차인 구성, 건축물대장, 위반건축물 여부, 대출 가능액, 향후 리모델링 비용까지 다 봐야 합니다. 특히 강남은 비싼 만큼 실수 한 번의 금액도 큽니다.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건 월세의 질입니다
처음 받은 자료에는 보증금 8억, 월세 4,3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165억짜리 건물에서 연 임대료가 5억 1,600만 원 정도 나오니 표면 수익률은 약 3.1%입니다. 강남권 꼬마빌딩 기준으로 아주 나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임대차를 까보니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1층 카페는 월세가 높았지만 계약 만기가 8개월 남았고, 2층 피부관리실은 코로나 때 감액 합의가 있었는데 원상복구 조건이 애매했습니다. 4층 사무실은 대표가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바꾸면서 계약서가 다시 작성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건 숫자표에는 잘 안 보입니다.
강남빌딩매매에서 초보가 자주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월세 총액만 보고 “수익률 괜찮네”라고 판단하는 겁니다. 저는 오히려 임차인별로 이런 것부터 봅니다.
- 계약 만기까지 남은 기간
- 보증금과 월세의 균형
- 권리금 분쟁 가능성
- 임대료 연체 이력
- 업종이 건물 구조와 맞는지
- 계약서상 특약이 매수인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월세 4,300만 원짜리 건물이라도 6개월 뒤 공실이 2개 생기면 계산이 확 바뀝니다. 관리비, 대출이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수선비는 공실이 나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빼고 “강남은 공실 걱정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돈이 안 들어가서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 가면 자료와 다른 장면이 보입니다
이 물건은 사진상으로는 깔끔했습니다. 외벽도 최근에 손본 것처럼 보였고, 1층 상가도 잘 돌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건물 뒤쪽 골목이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화물차가 들어오기 불편하고, 주차 동선도 좋지 않았습니다. 강남에서 주차 1대 차이는 임대료 협상 때 꽤 크게 작용합니다.
또 하나 걸린 건 누수 흔적이었습니다. 지하 계단 벽면 하단에 도장 부풀음이 보였고, 전기실 쪽에서 습한 냄새가 났습니다. 매도인 측은 “예전에 잡은 누수”라고 했지만 저는 그런 말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건물은 말보다 흔적이 솔직합니다. 특히 20년 넘은 근생 건물은 방수, 배관, 전기 용량, 승강기 상태를 꼭 봐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역삼동 근처 경매 물건을 검토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감정평가서상 건물 상태는 보통으로 나왔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니 옥상 방수층이 갈라져 있었습니다. 낙찰자는 2억 정도 수선비를 생각했다가, 나중에 배관 교체와 외벽 보수까지 합쳐 5억 가까이 썼습니다. 수익률 계산표에서 3억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대출은 가능액보다 상환 구조를 봐야 합니다
강남빌딩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몇 프로까지 대출 나오나요?”라는 질문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165억 물건이면 자기자본 100%로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출 가능액보다 이자 부담과 만기 구조를 더 먼저 봅니다.
예를 들어 매입가 165억, 취득세와 중개보수, 법무비, 초기 수선비까지 포함해 총투입액을 175억으로 잡아보겠습니다. 대출이 90억 나오고 금리가 연 5.2%라면 1년 이자만 4억 6,80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3,900만 원입니다. 월세가 4,300만 원이라도 관리비 미수, 공실, 세금, 회계 비용을 반영하면 손에 남는 돈은 거의 없습니다.
근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그래도 강남 땅값이 오르잖아요”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강남 입지는 강합니다. 다만 버틸 수 있는 구조일 때 그 말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자 내다가 현금흐름이 마르면 좋은 입지도 부담으로 바뀝니다. 경매에서 낙찰가를 너무 세게 쓴 사람이 명도보다 잔금에서 먼저 흔들리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권리관계와 건축물대장은 따로 봐야 합니다
일반 매매라고 해서 권리분석이 가벼워지는 건 아닙니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가압류, 압류가 없는지 보는 건 기본입니다. 그런데 빌딩은 건축물대장과 실제 사용 상태가 더 골치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본 물건은 옥상 일부가 창고처럼 쓰이고 있었습니다. 건축물대장상 허가된 부분인지 확인이 필요했고, 지하 일부도 도면과 사용 방식이 달랐습니다. 이런 부분은 나중에 임차인과 분쟁이 생기거나, 구청 단속이 들어오면 매수인이 부담할 수 있습니다. 매도인이 “다들 그렇게 쓴다”고 말해도 책임은 서류에 남는 사람에게 옵니다.
강남권은 리모델링이나 증축 기대감이 가격에 이미 반영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놓고 보니 용적률 여유가 거의 없거나, 도로 조건 때문에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수 전 최소한 토지이용계획확인원,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관리비 내역, 최근 3년 수선 이력은 같이 봅니다. 가능하면 건축사나 구조 쪽 전문가에게 한 번 더 물어봅니다. 몇십만 원 아끼려다 몇억짜리 판단을 흐리면 안 됩니다.
제가 이 물건을 바로 사지 않은 이유
이 물건은 입지는 괜찮았습니다. 유동인구도 있었고, 주변 시세와 비교해 완전히 터무니없는 가격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로 계약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현재 임대료가 높아 보이는 대신 재계약 리스크가 있었고, 지하 누수 가능성과 옥상 사용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도 희망가에서 최소 8억에서 12억 정도는 조정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강남빌딩매매는 “좋은 동네니까 산다”가 아닙니다. 좋은 동네일수록 이미 가격에 기대가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매수자는 더 차갑게 봐야 합니다. 임대료가 유지될지, 대출이자를 버틸지, 수선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나중에 팔 때 누가 받아줄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건 이겁니다. 빌딩 투자는 돈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강남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소가 수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서류와 현장, 임차인과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