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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 믿고 입찰했다가 현장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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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 믿고 입찰했다가 현장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임차권등기, 등기부에 한 줄 있다고 끝이 아닙니다

얼마 전 후배 투자자 하나가 빌라 경매 물건을 들고 왔습니다. 감정가 2억 4천, 최저가 1억 5천대. 등기부를 보니 임차권등기가 딱 박혀 있더군요. 후배는 이미 표정이 좋았습니다. “선배님, 임차권등기면 임차인이 나간 거니까 명도 쉽지 않나요?”라고 묻는데, 그 말 듣고 제가 바로 입찰표 접으라고 했습니다.

임차권등기는 말 그대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상태에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려고 등기부에 권리를 올려놓은 겁니다. 보통은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주니까,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서 권리를 보존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초보가 자주 착각합니다. 사람이 나갔으니 끝났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경매에서는 사람이 나갔는지보다 그 임차권이 낙찰자에게 어떤 부담으로 남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손실은 대부분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등기부 갑구, 을구만 보고 “임차권등기 있네” 하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인수되는 임차보증금이 적혀 있거나, 배당요구 여부가 애매하거나, 전입일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면 낙찰가가 싸 보여도 실제로는 보증금 일부를 떠안는 구조가 됩니다.

제가 임차권등기 물건에서 먼저 보는 4가지

임차권등기 물건은 겁먹고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순서를 틀리면 안 됩니다. 저는 현장에서 항상 아래 순서로 봅니다.

  • 전입신고일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지
  • 확정일자와 배당요구 종기 내 배당요구 여부
  • 매각물건명세서에 인수 문구가 있는지
  • 실제 점유자가 누구인지

첫 번째가 제일 중요합니다. 임차인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전입했고 대항력을 갖췄다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인수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여기서 “배당받으면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맞습니다. 배당으로 전액 변제되면 보통 낙찰자 부담은 줄어듭니다. 문제는 전액 배당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임차보증금이 1억 2천만 원인데, 예상 배당이 7천만 원뿐이라면 남는 5천만 원이 문제입니다. 물건이 1억 5천만 원에 낙찰돼도 실제 매입비용은 2억 원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대출이자까지 붙으면 수익률 계산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둘째로 배당요구 여부를 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권등기를 한 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려고 이 제도를 씁니다. 하지만 경매 사건 안에서는 배당요구를 했는지, 배당요구 종기를 지켰는지가 중요합니다. 법원 문건을 대충 보면 안 되고,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 임대차관계조사서를 같이 봐야 합니다.

실제 사례: 3천 싸게 샀다고 좋아했다가 4천 더 물 뻔했습니다

예전에 수도권 외곽의 다세대주택 물건이 있었습니다. 감정가 1억 8천, 두 번 유찰돼서 최저가가 1억 1천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주변 실거래는 1억 6천에서 1억 7천 사이였고, 겉으로만 보면 3천만 원 이상 남는 물건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있었습니다. 임차보증금은 8천만 원. 전입일자는 근저당보다 빨랐고, 확정일자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배당에서 보증금 전액이 변제되지 아니하면 잔액을 매수인이 인수함”이라는 취지의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초보가 제일 무서워해야 하는 문장입니다.

배당표를 가정해 보니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대략 4천만 원대였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3천만 원대 후반은 낙찰자가 떠안을 수 있었습니다. 낙찰가 1억 1천만 원이 아니라 실제 부담은 1억 5천만 원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여기에 수리비 800만 원, 취득세와 기타 비용을 넣으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물건은 입찰장 분위기도 묘합니다. 권리분석을 깊게 안 한 사람은 싸다고 보고 들어오고, 경험 있는 사람은 가격을 확 낮춰 씁니다. 낙찰 결과만 보면 “시세보다 싸게 받았다”고 보이지만, 잔금 치르고 임차인과 통화하는 순간 표정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차권등기와 명도는 별개로 봐야 합니다

임차권등기가 있다고 해서 집이 반드시 비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임차권등기는 이사를 가면서 권리를 유지하려는 장치로 많이 쓰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짐이 남아 있거나 가족 일부가 계속 거주하거나, 제3자가 점유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현황조사서에 “폐문부재”라고 적힌 물건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문이 닫혀 있었다는 말이지, 공실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명도 비용도 숫자로 넣어야 합니다. 초보 때는 “사람 나갔으면 명도비 안 들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체납 관리비, 남은 짐 처리, 열쇠 교체, 누수 확인, 장기 공실 수리까지 붙으면 200만 원은 금방 나갑니다. 오래 비어 있던 빌라는 보일러, 수도, 곰팡이 쪽에서 돈이 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임차권등기 물건을 볼 때 전화번호가 확인되면 점유 상황부터 확인합니다. 임차인이 이미 이사 갔다고 말해도 바로 믿지는 않습니다. 관리사무소, 우편함, 전기계량기, 도시가스 사용 흔적을 같이 봅니다. 다만 무리하게 문을 열거나 점유자를 압박하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낙찰 전에는 권리가 없습니다.

초보라면 이런 임차권등기 물건은 그냥 넘기는 게 낫습니다

제가 초보에게 특히 말리는 물건이 있습니다. 첫째, 선순위 임차권등기인데 보증금 규모가 낙찰가와 비슷한 물건입니다. 숫자로는 싸 보여도 인수금액이 붙으면 은행 담보가치도 흔들리고, 잔금대출이 생각보다 적게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 매각물건명세서에 인수 가능성이 적혀 있는데도 배당 계산이 안 되는 물건입니다. 계산이 안 되면 수익이 큰 게 아니라 리스크를 모르는 겁니다. 셋째, 전입세대열람과 주민등록 점유 내용이 서로 어긋나는 물건입니다. 서류끼리 말이 안 맞으면 현장에서 시간이 길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검토해볼 만한 경우도 있습니다. 임차권등기가 후순위이고, 배당요구가 되어 있으며, 배당으로 보증금 전액 변제가 가능해 보이고, 매각물건명세서에 특별한 인수 문구가 없는 물건입니다. 그래도 최종 판단은 법원 기록과 배당 구조를 맞춰봐야 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 한 줄로 입찰가를 정하면 안 됩니다.

제 기준은 단순합니다. 임차권등기 물건은 낙찰가만 보지 말고 “내가 최악의 경우 얼마까지 책임질 수 있나”를 먼저 계산합니다. 예상 낙찰가 1억 5천, 인수 가능 보증금 3천, 수리비 700, 취득세와 금융비용 600이면 이미 총투입금은 1억 9천 가까이 됩니다. 주변 급매가 2억이라면 남는 게 아니라 버티는 싸움입니다.

임차권등기는 초보에게 겁을 주는 단어가 아니라, 계산을 강제로 시키는 표시입니다. 이 표시가 보이면 싸다 비싸다부터 말하지 말고, 전입일자와 말소기준권리, 배당요구, 인수 문구를 먼저 맞춰야 합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 떠안을 돈을 안 떠안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습니다. 저는 아직도 임차권등기 물건 앞에서는 입찰가보다 최악의 손실표를 먼저 적습니다. 그 습관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돈을 지켜줬습니다.

임차권등기 믿고 입찰했다가 현장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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