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월세 믿고 낙찰받아봤더니, 장부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더라

고시원 물건은 숫자가 먼저 유혹합니다
얼마 전 경매 입찰장에서 고시원 물건 하나를 들고 온 초보 투자자를 만났습니다. 감정가 대비 30% 넘게 빠졌고, 매각물건명세서만 보면 권리도 복잡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제일 먼저 보여준 건 월세 장부였습니다. 방 28개, 평균 고시원월세 32만 원, 만실이면 월 896만 원. 얼핏 보면 아파트 한 채 월세보다 훨씬 좋아 보이죠.
그런데 저는 고시원은 항상 장부보다 복도 냄새를 먼저 봅니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숫자와 공기가 다릅니다. 방은 28개인데 실제로 돈 내는 사람이 18명뿐인 곳도 있고, 보증금 없이 들어온 장기 체납자가 방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부에는 32만 원으로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25만 원에 깎아 받는 방도 꽤 많습니다.
고시원월세 투자는 수익률 계산이 쉬워 보여서 위험합니다. 월세 총액만 보면 그럴듯한데, 공실률, 관리인 인건비, 전기료, 소방 보수, 민원 처리, 시설 노후 비용까지 넣으면 표정이 달라집니다. 특히 경매로 나온 고시원은 운영이 잘돼서 나온 물건보다, 운영이 꼬여서 밀려 나온 물건이 훨씬 많습니다.
월세 장부에서 제가 꼭 확인하는 5가지
고시원 물건을 볼 때 저는 임대차 현황을 그냥 믿지 않습니다. 법원 서류, 현장 방문, 주변 시세, 실제 입주자 말이 서로 맞는지 대조합니다. 여기서 한 줄 어긋나면 낙찰 후 계산이 크게 흔들립니다.
- 첫째, 방 개수와 실제 임대 중인 방 수가 맞는지 봅니다.
- 둘째, 고시원월세가 주변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 셋째, 보증금이 있는 입주자인지, 무보증 단기 입주자인지 나눕니다.
- 넷째, 체납자가 단순 연체인지 명도 저항 가능성이 있는지 봅니다.
- 다섯째, 관리비 포함 조건인지 별도 조건인지 따집니다.
예전에 방 34개짜리 고시원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서류상 월세 합계는 1,05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서 보니 실제 사용 가능한 방은 29개였고, 그중 6개는 곰팡이와 누수 때문에 바로 임대가 어려웠습니다. 장부상 월세는 1,050만 원인데 현실적인 첫 달 수입은 600만 원대 중반이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낙찰가를 1억 이상 잘못 써낼 수 있습니다.
고시원월세는 만실 기준으로 보면 안 됩니다
초보 투자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만실 기준 수익률입니다. 방 30개에 월 30만 원이면 월 900만 원, 연 1억800만 원이라고 계산합니다. 근데 고시원은 항상 빈방이 있습니다. 좋은 입지라도 10% 정도는 비워 보는 게 마음 편하고, 시설이 낡았거나 주변 경쟁이 심하면 20~30% 공실도 잡아야 합니다.
저는 보수적으로 계산할 때 방 30개라면 24개 임대 기준으로 봅니다. 월세 30만 원이면 월 720만 원입니다. 여기서 전기, 수도, 인터넷, 청소, 소모품, 수선비, 관리 인건비를 빼면 순수입은 생각보다 줄어듭니다. 여름철 에어컨 전기료가 튀는 달에는 숫자가 더 얇아집니다.
특히 고시원은 임차인이 개별 계량기로 전기료를 내는 구조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 많이 쓰는 입주자 한두 명만 있어도 운영비가 확 올라갑니다. 월세 3만 원 더 받는 것보다 전기료 50만 원 덜 나가는 구조가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권리분석보다 무서운 게 운영 리스크입니다
경매에서 권리분석은 기본입니다. 선순위 임차인, 대항력, 배당요구, 인수되는 권리, 위반건축물 여부는 반드시 봐야 합니다. 그런데 고시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낙찰받은 뒤에도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물건인지가 진짜 문제입니다.
건축물대장상 용도, 소방시설, 각 방의 창문 여부, 공용 화장실 상태, 복도 폭, 스프링클러나 감지기 문제는 돈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소방 지적 한 번 받으면 몇백만 원이 아니라 몇천만 원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방 하나 월세 30만 원 받자고 들어갔다가 시설 보수로 3,000만 원을 쓰면 수익률 계산은 다시 해야 합니다.
또 하나 놓치면 안 되는 게 인근 수요입니다. 대학가, 산업단지, 병원 근처, 역세권이라고 다 같은 고시원월세가 아닙니다. 요즘은 원룸 월세가 조금 내려간 지역에서는 고시원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예전에는 보증금 없는 방이라는 장점이 컸는데, 주변에 단기 원룸이나 쉐어하우스가 많아지면 고시원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기 어렵습니다.
명도는 방 하나가 아니라 사람 수만큼입니다
아파트 명도는 보통 한 세대와 이야기합니다. 고시원은 다릅니다. 방이 30개면 사람도 30명일 수 있습니다. 전입신고를 한 사람, 안 한 사람, 실제 거주자와 계약자가 다른 사람, 짐만 두고 사라진 사람까지 섞입니다. 법적으로 깔끔해 보여도 현장에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겪었던 한 물건은 낙찰 후 인도명령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방마다 사정이 달랐다는 겁니다. 어떤 분은 일주일 안에 나갔고, 어떤 분은 밀린 월세를 이유로 버텼고, 어떤 방은 주인이 바뀐 걸 알면서도 연락을 피했습니다. 결국 운영 정상화까지 두 달 반 정도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월세 수입은 줄고, 공실 청소와 도배 비용은 계속 나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시원 입찰가를 쓸 때 최소 2~3개월 무수익 기간을 넣습니다. 낙찰받자마자 돈이 들어온다는 계산은 너무 낙관적입니다. 경락잔금대출 이자도 그 기간에는 그대로 나갑니다. 대출 비율을 높게 잡은 투자자일수록 이 시간이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고시원월세 물건, 이런 경우는 초보가 피하는 게 낫습니다
모든 고시원이 나쁜 물건은 아닙니다. 입지가 좋고, 시설 관리가 되어 있고, 임차인 구조가 단순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초보가 첫 물건으로 덥석 잡기에는 부담이 큰 유형이 분명히 있습니다.
- 건축물대장과 실제 용도가 맞지 않는 물건
- 소방시설 보완 가능성이 큰 노후 고시원
- 임차인 현황이 서류와 현장에서 크게 다른 물건
- 주변 원룸 월세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지역
- 관리인을 새로 구하지 않으면 운영이 멈추는 물건
- 현재 운영자가 월세 장부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 물건
특히 월세 장부를 사진으로만 보여주거나, 최근 3개월 입금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운 물건은 조심해야 합니다. 말로는 만실이라고 해도 통장에 찍힌 돈이 없으면 수입이 아닙니다. 경매 현장에서는 말보다 서류, 서류보다 현장이 더 셉니다.
제가 보는 적정 입찰가 계산법
고시원월세 물건은 매매가 대비 수익률만 보면 안 됩니다. 저는 먼저 현실 월수입을 낮춰 잡습니다. 예를 들어 방 30개, 평균 월세 32만 원이라면 만실 수입은 960만 원입니다. 여기서 공실 20%를 빼면 768만 원입니다. 운영비를 250만 원 잡으면 월 순수입은 518만 원 정도가 됩니다.
연 순수입은 약 6,216만 원입니다. 여기서 대출이자, 재산세, 종합소득세, 시설 보수 충당금을 빼야 합니다. 시설이 낡았다면 연 1,000만 원 이상은 따로 빼놓고 봐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러면 실제 투자 판단에 쓰는 현금흐름은 더 줄어듭니다.
이렇게 보수적으로 계산했는데도 수익이 남는 물건이면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만실 기준으로만 수익이 나는 물건은 저는 입찰장에서 손을 접습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틀린 계산을 안 하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고시원월세는 매달 돈이 들어오는 구조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돈은 자동으로 굴러오는 돈이 아닙니다. 민원 받고, 고장 고치고, 공실 채우고, 사람 상대하는 운영업에 가깝습니다. 숫자만 보고 들어가면 부동산을 산 게 아니라 작은 숙박업을 떠안는 상황이 됩니다. 저는 초보라면 첫 고시원 입찰 전에 비슷한 지역 고시원 세 곳 이상 직접 전화해보고, 실제 방도 보고, 밤 시간대 주변 분위기까지 확인한 뒤 가격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경매장에서 싸 보이는 물건은 대개 싼 이유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