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월세로 돌릴까 계산해봤더니 빈방이 무서웠다

경매 물건을 보러 다니다 보면 수리만 끝내면 단기월세로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있겠다는 집이 있습니다. 저도 입찰가를 적기 전에 월세부터 계산한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단기월세는 광고에 적힌 한 달 가격으로 수익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세입자가 바뀌는 사이의 빈방과 그때마다 들어가는 돈을 넣으면 숫자가 꽤 달라집니다.
월세 75만 원을 열두 번 받는다는 가정
가상의 소형 주택을 놓고 계산해보죠. 낙찰가 1억 4천만 원에 취득 관련 비용 600만 원, 수리비 900만 원, 가구와 가전 300만 원, 명도와 청소에 200만 원을 썼다고 가정하면 투입액은 1억 6천만 원입니다. 이 중 6천만 원을 대출받아 연 5% 이자를 낸다면 이자만 연 300만 원입니다. 실제 취득세와 대출 조건은 보유 주택 수, 지역, 물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숫자는 계산 예시일 뿐입니다.
단기월세를 월 75만 원에 내놓으면 연 900만 원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열 달만 임대되면 월세 수입은 750만 원입니다. 네 번 세입자가 바뀌며 청소와 소모품에 회당 12만 원씩 48만 원, 중개·광고비 60만 원, 집주인이 부담할 수선비 60만 원, 빈 기간의 공과금 40만 원, 보유세와 보험료로 잡은 80만 원, 대출이자 300만 원을 빼면 162만 원이 남습니다. 소득세와 가구 교체비는 아직 빼지 않은 돈입니다.
같은 집을 월 60만 원에 장기 임대해 12개월 채웠다고 가정하면 월세 720만 원입니다. 수선비 60만 원, 보유세와 보험료 80만 원, 이자 300만 원, 임차인 모집비 25만 원을 빼면 255만 원입니다. 현실에선 장기 임대도 공실이 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계약마다 다릅니다. 제가 입찰 전에 두 방식을 나란히 계산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기월세의 높은 호가가 곧 높은 순수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매 물건은 세입자를 받기 전부터 돈이 샌다
경매로 산 집이라면 월세 수요보다 먼저 점유 상태를 봐야 합니다. 법원 매각물건명세서에 적힌 점유자와 보증금, 등기사항, 현황조사 내용, 현장 상황을 맞춰 봅니다. 명세서에 한 줄 적혀 있다고 현장에서 바로 열쇠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매수인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지, 점유자와 언제 어떻게 인도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입찰가가 나옵니다.
가령 수리 기간을 한 달로 잡았는데 인도가 두 달 늦어지면 그만큼 첫 월세도 밀립니다. 대출이자는 기다려주지 않죠. 욕실 누수나 보일러 교체가 뒤늦게 드러나면 처음 잡은 수리비도 모자랍니다. 그래서 저는 단기월세 예상 수입을 명도 전부터 확정 수입처럼 적지 않습니다. 초보라면 점유 관계가 복잡하거나 보증금 인수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물건은 월세가 높아 보여도 입찰을 멈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단기 계약서 한 장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한두 달 계약하면 기간이 끝나는 날 무조건 방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는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주택 임대차를 원칙적으로 2년으로 봅니다. 임차인은 짧게 정한 기간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임대인이 계약서에 적힌 짧은 기간만 믿고 퇴거를 강제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조항도 있으나, 계약서에 ‘일시사용’이라고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또 단기월세와 숙박 영업은 운영 모습에 따라 구별해야 합니다. 생활할 집을 임대하는 것과 불특정 손님에게 침구·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며 반복해서 방을 파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가구가 갖춰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쪽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예약 방식과 제공 서비스, 건축물 용도, 관할 지자체의 신고 기준을 임대 전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일반 주택을 낙찰받았으니 곧바로 숙박업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계약에는 사용 기간뿐 아니라 보증금 반환일, 월세 납부일, 공과금과 관리비 부담, 가구·가전의 상태, 파손 시 처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입주 전 사진을 남기고 계량기 수치도 함께 확인합니다. 퇴거 때 수리비를 두고 다투면 다음 세입자를 들일 날짜까지 밀릴 수 있어서입니다.
입찰 전에는 월세보다 공실부터 적는다
시세를 볼 때는 단기월세 광고의 최고가 한 건보다 같은 면적과 상태의 집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 비어 있는지를 봅니다. 직장 이동이나 공사 기간 동안 머물 사람이 꾸준한 지역인지, 주변 장기 월세와 가격 차이가 얼마인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광고 가격은 임대인이 받고 싶은 금액이고, 입찰에 필요한 숫자는 비용을 치른 뒤 손에 남을 금액입니다.
세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주택 월세의 과세 여부는 부부 합산 보유 주택 수와 주택의 기준시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기월세라서 임대소득 신고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매각을 염두에 둔 투자라면 취득할 때의 주택 수와 향후 양도 시점의 세금까지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단기월세가 잘 맞는 집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경매 물건에서 그 판단은 낙찰가가 싸다는 느낌보다 인도 시점, 수리비, 실제 임대 기간이 확인된 뒤에야 가능합니다. 빈방 두 달을 견디고도 숫자가 괜찮은 집이라면 그때 입찰가를 적는 편이 마음도 훨씬 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