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매매 매물 들여다봤더니 학생 수보다 먼저 보인 것

얼마 전 학원매매 광고를 하나 봤습니다. 원생 80명, 월매출 2천만 원, 권리금 3천500만 원. 숫자만 보면 자리를 잡은 학원을 적당한 값에 넘겨받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원생 수보다 먼저 임대차계약서와 선납 수강료 내역을 찾았습니다. 경매 물건도 사진 속 건물이 아니라 등기와 점유관계에서 돈이 새듯, 학원은 광고에 적히지 않은 약속에서 돈이 샙니다.
학원매매라는 말도 범위가 넓습니다. 학원이 들어 있는 건물을 사는 거래인지, 임차인이 운영하던 학원의 시설과 영업을 넘겨받는 거래인지부터 갈라야 합니다. 건물을 경매로 낙찰받았다고 그 안의 학원 운영권이나 원생이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학원 영업을 인수해도 건물 소유권을 얻는 건 아니죠. 제가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건 기존 학원의 영업과 시설을 넘겨받는 경우입니다.
원생 80명이라는 말부터 쪼개 봤습니다
매도인은 대개 재원생 숫자를 먼저 말합니다. 하지만 재원생 80명과 매달 수강료를 내는 학생 80명은 다릅니다. 휴원생, 무료 체험생, 형제 할인 대상, 다음 달 퇴원 예정자를 같은 칸에 넣으면 숫자가 부풀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름을 가린 학생별 등록일, 수강 과목, 실제 납부액, 마지막 출석일을 월별로 맞춰 봅니다. 개인정보를 통째로 받아 갈 필요는 없습니다. 거래 검증에 필요한 범위로 가리고, 매도인 앞에서 수납 기록과 출석 기록을 대조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80명이 월 25만 원씩 내면 매출은 2천만 원입니다. 강사 급여 850만 원, 월세 300만 원, 관리비 80만 원, 광고비 120만 원, 카드 수수료 40만 원, 공과금 60만 원, 교재와 재료비 150만 원을 빼면 400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서 원장이 직접 수업하고 상담한 노동을 월 300만 원으로 잡으면 사업에서 남는 돈은 100만 원입니다. 새 원장이 그 역할을 못 해 강사를 더 써야 한다면 계산은 다시 해야 합니다.
이 예시에서 원생 15명이 빠지면 월매출은 375만 원 줄어듭니다. 교재비가 조금 줄어도 월 100만 원의 여유는 금방 사라집니다. 특히 매도인이 인기 강사이자 상담 창구였다면 원생 유지율을 과거 평균 그대로 놓기 어렵습니다. 저는 최근 12개월의 월별 수납액과 퇴원율을 보고, 원장 교체 뒤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까지 계산합니다. 숫자는 설명보다 통장 입금과 수납 장부가 잘 말해줍니다.
보증금과 권리금은 받는 사람이 다릅니다
학원 시설비 1천500만 원, 영업권리금 3천500만 원, 임대차보증금 3천만 원이라면 처음 떠올릴 금액은 8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세 항목의 성격이 전부 다릅니다. 칸막이와 냉난방기는 철거 비용이 붙을 수도 있고, 영업권리금은 원생이 빠지면 값이 내려갑니다. 보증금은 임대차가 끝날 때 돌려받을 돈이지만, 기존 임차인의 미납 월세나 관리비가 있으면 정산 방식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난감한 장면은 매도인과 가격을 맞춘 뒤 건물주를 만났을 때 나옵니다. 기존 계약을 넘겨받을 수 있는지, 새 임대차계약을 써야 하는지, 월세와 계약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인수가격이 달라집니다. 민법상 임차권 양도에는 임대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매도인의 ‘건물주도 괜찮다고 했다’는 말만 듣고 계약금을 보내지 않습니다. 임대인과 직접 조건을 확인하고, 임대차계약 체결과 학원 운영자 변경 절차가 가능한 경우에 잔금을 치르는 식으로 계약 조건을 맞춥니다.
건물 자체가 경매 진행 중인 경우라면 더 조심합니다. 매도인이 학원 영업을 넘길 수 있다는 말과 앞으로 그 자리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다는 말은 별개입니다.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로 건물 권리관계와 점유 상황을 확인하고, 임차권이 낙찰 뒤 어떻게 되는지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이 부분이 불명확하면 권리금이 싸다는 이유로 들어갈 일이 아닙니다.
이미 받은 수강료가 새 원장의 일이 됩니다
학원매매에서 자주 빠지는 게 선납 수강료입니다. 가령 학생 40명이 다음 달 수강료 25만 원씩 이미 냈다면 매도인 통장에는 1천만 원이 들어와 있습니다. 인수 뒤 수업을 맡는 쪽은 새 원장일 수 있죠. 그 돈을 누가 가져가고, 남은 수업과 환불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 계약서에 숫자로 적어야 합니다. 선납액 전부를 무조건 돌려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학생별 남은 수업과 환불 가능액을 기준일에 맞춰 계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강사 문제도 비슷합니다. 같은 간판, 같은 강의실, 같은 학생, 같은 강사로 영업을 이어받는다면 단순히 책상과 의자만 산 거래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영업양도에 해당하는지는 실제로 넘어가는 조직과 운영 방식에 따라 판단되고, 근로관계 승계 문제도 생깁니다. 급여 체불, 퇴직급여 충당, 강사 계약 기간을 매도인 설명만으로 넘기지 말고 계약서와 지급 내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교육청 절차도 계약 이후에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학원 설립·운영자가 바뀌면 변경등록 절차가 있고, 교습과정과 시설 조건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 학원이 등록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새 운영자가 원하는 과목과 방식으로 곧바로 수업할 수 있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관할 교육지원청에 현재 등록 내용과 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잔금 날짜보다 먼저 맞춰야 할 날짜
저라면 계약서에 기준일을 하나 박아 둡니다. 그날까지의 수강료, 미납금, 미지급 급여, 월세와 관리비는 누가 부담하는지 나누고, 학생별 남은 수업과 강사별 계약 내용을 별표로 붙입니다. 시설은 목록과 사진을 남깁니다. 에어컨이 몇 대인지보다 소유자가 누구인지, 렌털료가 남았는지가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잔금 전에는 임대인과 임대차 조건을 확정하고, 교육지원청에 변경등록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인수 당일에는 수강료 수납 계정, 전화번호, 광고 계정처럼 영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것들의 이전 범위를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학생 정보는 보호가 필요한 자료이니 전달 범위와 방식도 분명히 해야 하고요. 세금과 거래 방식에 따른 부담은 계약 구조마다 달라질 수 있어 세무사에게 계약서 초안을 보여주고 금액을 확정하는 게 낫습니다.
권리금 3천500만 원이 비싼지 싼지는 원생 80명이라는 한 줄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월 100만 원이 겨우 남는 구조라면 작은 이탈에도 버틸 현금이 필요합니다. 저는 좋은 학원매매를 ‘지금 학생이 많은 거래’보다 ‘원장이 바뀐 뒤에도 수업과 임대차가 이어질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거래’로 봅니다. 확인할 수 없는 숫자에 돈을 얹는 일은 입찰장에서나 학원 앞에서나 비슷하게 위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