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경매 대출 믿고 입찰했다가 식은땀 난 날

법원 입찰장에 서 있으면 공장 물건은 숫자가 유독 크게 보입니다. 감정가 12억 원짜리가 두 번 유찰돼 8억 원대에 나오면, 머릿속에서 벌써 차익을 계산하게 되죠. 저도 초창기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공장 앞에서 식은땀이 났던 순간은 낙찰가를 쓸 때가 아니라, 은행에서 예상보다 낮은 대출 가능액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공장 경매 대출은 낙찰가에 일정 비율을 곱하면 끝나는 계산이 아닙니다. 은행이 담보로 볼 수 있는 부분, 공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잔금을 제때 낼 수 있는지가 한꺼번에 걸려 있습니다. 입찰표를 쓰기 전 제가 확인하는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낙찰가보다 은행이 보는 담보가치가 먼저였다
초보 투자자가 가장 자주 하는 계산이 있습니다. “8억 원에 낙찰받고 70% 대출을 받으면 현금 2억 4천만 원이면 되겠네.” 이 숫자는 은행의 답이 아니라 투자자의 희망일 때가 많습니다. 은행은 토지와 건물의 위치·상태·환금성을 따로 보고, 차주의 소득이나 사업 현황, 기존 대출도 함께 심사합니다. 같은 공장이라도 취급 금융기관과 차주 조건에 따라 가능액이 달라집니다.
가령 8억 원에 입찰하려는 공장이 있다고 해보죠. 대출 5억 6천만 원을 기대하면 잔금으로 준비할 돈은 2억 4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현장 확인 뒤 실제 가능액이 4억 2천만 원으로 잡히면 필요한 자기자금은 3억 8천만 원이 됩니다. 차이는 1억 4천만 원입니다. 취득세와 등기비용, 점유자와의 협의 비용, 수리비는 아직 넣지도 않았습니다. 이 숫자는 설명을 위한 가정이지, 공장 대출의 통상 한도가 아닙니다.
공장 안에 기계가 많다고 그 값을 전부 대출 재원으로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와 감정평가서에 어떤 기계가 매각 대상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공장저당목록에 올라 있는 설비인지, 현장에 남은 설비와 일치하는지도 봅니다. 오래된 설비는 감정서의 금액과 지금 팔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은행이 그 설비를 담보로 얼마나 인정할지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산업단지 공장은 대출 상담 전에 사용 자격부터 묻는다
공장을 사면 바로 임대를 놓거나 원하는 업종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산업단지 안이라면 그 생각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단지별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입주 가능 업종과 임대 조건이 달라지고, 경매로 취득하더라도 입주계약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도 경매로 취득한 산업용지와 공장의 입주계약 및 처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산업단지 물건을 볼 때는 관리기관에 주소와 지번을 알려 주고 세 가지를 묻습니다. 내 업종으로 입주계약이 가능한지, 취득 뒤 임대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기존 공장의 위반 사항이나 시정 요구가 있는지입니다. 구두로 들은 내용은 담당자와 통화 날짜를 적어 두고, 중요한 조건은 제출 서류와 처리 절차까지 다시 확인합니다.
이 단계가 막히면 대출 상담의 전제도 흔들립니다. 직접 사용할 계획으로 상담받았는데 실제로는 그 업종의 입주가 어렵다면, 낙찰 뒤 사업계획 자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공실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이자와 관리비는 계속 나갑니다.
은행에는 사진보다 서류와 자금표를 가져간다
“이 공장 대출 얼마나 나와요?”라는 질문만으로는 쓸 만한 답을 얻기 어렵습니다. 입찰 전에는 사건번호, 매각물건명세서, 감정평가서, 등기사항증명서,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 현장 사진을 묶어 상담합니다. 사업자가 이용할 물건이면 사업자등록과 재무자료, 사용 계획도 준비합니다. 은행이 추가로 요구하는 서류는 물건과 차주에 따라 다릅니다.
특히 등기부의 권리만 보고 현장을 건너뛰면 안 됩니다. 공장 내부를 누가 쓰는지, 설비가 실제로 있는지, 불법 증축으로 보이는 부분은 없는지, 전기 용량과 진입로는 사용 목적에 맞는지 확인합니다.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는 곳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표시합니다. 확인하지 못한 설비나 건물 부분을 수익 계산에 넣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담할 때는 대출 가능액 하나만 받아 적지 않습니다. 예상 금리와 이자 납부 방식, 담보평가와 심사에 걸리는 시간, 잔금일에 실행할 수 있는지, 실행 전에 필요한 자기자금도 함께 묻습니다. 사전 상담에서 들은 금액은 최종 승인액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예상 대출액보다 낮은 금액으로도 잔금을 낼 수 있는지 따로 계산합니다.
잔금 기한이 오면 수익률보다 현금이 중요하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된 뒤 법원이 대금지급기한을 정하고, 매수인은 그 기한까지 대금을 내야 합니다. 대출 심사가 늦거나 금액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 잔금 의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해 재매각 절차로 가면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손실이 예상 수익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자금표에는 낙찰가에서 입찰보증금과 보수적으로 예상한 대출액을 뺀 잔금, 취득세, 등기 관련 비용, 점유자와의 협의 및 인도 비용, 설비 철거·수리비, 최소 몇 달의 이자를 각각 적습니다. 공장은 전기나 소방 설비를 손보는 비용이 크게 나올 수도 있어 현장에서 확인한 항목을 별도로 잡습니다. 매각 서류에 보이는 금액만으로 공사를 끝낼 수 있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시세도 감정가 한 줄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입지와 용도의 거래 사례, 주변 공장의 매도 희망가와 실제 공실 상태를 나란히 봅니다. 희망가는 거래된 가격이 아니니 할인해서 생각합니다. 팔기까지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다면 그 기간의 이자와 보유 비용도 계산에 넣습니다.
공장 경매에서 가장 아쉬운 입찰은 낙찰에 실패한 입찰이 아닙니다. 대출이 나올 거라는 말만 믿고 보증금을 건 입찰입니다. 싸게 사는 기회는 다시 옵니다. 잔금을 낼 현금과 공장을 사용할 길이 둘 다 확인된 물건이라야, 낙찰 뒤에도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