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경매 두 번 유찰된 집을 보고도 입찰을 접은 날

얼마 전 전용 59㎡ 아파트경매 물건을 보러 갔습니다. 두 번 유찰돼 최저매각가격이 주변 매물보다 꽤 낮았죠. 입찰장에 오래 다니다 보면 이런 숫자에 먼저 눈이 갑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읽고 현장을 한 바퀴 돈 뒤에는 입찰표를 쓰지 않았습니다.
아래 금액과 날짜는 물건을 특정할 수 없도록 바꾼 사례입니다. 주변에서 실제 거래된 비슷한 집은 5억 2천만 원 안팎, 제가 처음 생각한 입찰가는 4억 5천5백만 원이었습니다. 겉으로는 6천5백만 원 차이였습니다. 그 차이가 전부 수익일 리는 없지만, 어디서 줄어드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꽤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낮은 최저가보다 먼저 본 건 임차인의 날짜였다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서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내려받고 등기사항증명서를 따로 확인했습니다. 서류 네 개를 나란히 놓는 이유가 있습니다. 등기부에는 근저당권 설정일이 나오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전입일과 주장하는 보증금은 다른 자료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장만 보고 입찰하면 빠뜨리기 쉽습니다.
이 물건에는 보증금 1억 8천만 원을 주장하는 임차인이 있었습니다. 전입신고일은 첫 근저당권 설정일과 하루 차이였습니다. 여기서 달력에 표시해야 할 것은 전입신고를 한 날 자체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임차인의 대항력은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하루 차이가 권리 순서를 바꿀 수 있는 대목이죠.
확정일자와 배당요구 여부도 이어서 봤습니다. 확정일자는 배당 순위를 판단할 때 중요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는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배당에서 보증금을 전부 받지 못하면 미배당액을 매수인이 부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배당으로 전액을 받는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저는 배당 예상액과 인수 여부를 확신할 자료가 모자란 상태에서 ‘아마 다 받겠지’라고 적어 넣지 않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적힌 내용도 다시 확인합니다. 입찰 전까지 새로 제출된 서류나 기일 변경이 있는지 살피고, 전입세대와 점유 관계에 의문이 남으면 그 의문을 입찰가에 반영합니다. 기록을 읽어도 임차인의 실제 점유나 보증금 액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물건이 있습니다. 초보라면 그런 불확실성을 할인 기회로 여기기보다 지나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현장에서는 집 안보다 문밖에서 많이 배웠다
실내를 볼 수 없는 경매가 많습니다. 이 집도 문을 열어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동의 거래와 매물을 비교할 때 층과 향만 맞추지 않았습니다. 주차장 상태, 엘리베이터, 공용부 누수 흔적, 단지 안쪽과 큰길 쪽의 소음 차이를 봤습니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최근 실제로 팔린 집의 수리 상태와 거래 시점을 물었습니다. 광고에 붙은 5억 4천만 원은 매도 희망가였고, 확인 가능한 거래는 5억 2천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관리비 체납 여부도 관리사무소에 확인 가능한 범위까지 물어봤습니다. 낙찰자가 모든 체납액을 무조건 승계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용부분 관리비처럼 별도로 따져야 할 항목이 있습니다. 고지서 한 장을 못 봤다는 이유로 비용을 0원으로 잡으면 계산이 지나치게 좋아집니다. 저는 확인되지 않은 금액은 예비비에 넣고 다시 계산합니다.
점유자를 만났을 때는 낙찰도 받기 전에 이사 날짜부터 요구하지 않습니다. 누가 살고 있는지, 연락이 가능한지, 서류의 임차인과 실제 점유자가 같은지부터 확인합니다. 낙찰 뒤 협의가 안 되면 인도명령을 검토할 수 있지만, 민사집행법상 매수인은 대금 납부 뒤 6개월 안에 신청해야 하고 점유자가 매수인에게 대항할 권리가 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명도 비용뿐 아니라 걸리는 시간도 돈입니다.
6천5백만 원 차이는 비용표에서 작아졌다
제가 처음 적은 입찰가 4억 5천5백만 원에 비용을 붙여 봤습니다. 취득 관련 세금과 등기 비용 1천만 원, 실내 수리 1천만 원, 명도와 이사 협의 비용 3백만 원, 대출이자와 보유 중 관리비 6백만 원, 매도 중개 비용 2백만 원, 예상 밖 지출 8백만 원을 가정했습니다. 합계 3천9백만 원입니다. 5억 2천만 원에 실제로 팔려도 남는 금액은 2천6백만 원입니다. 양도 관련 세금은 아직 빼지도 않았습니다.
이 숫자 역시 확정 비용이 아닙니다. 주택 수와 취득 조건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고, 벽지 뒤 누수 하나만 나와도 수리비가 늘어납니다. 매도까지 석 달로 잡았는데 여섯 달이 걸리면 이자와 관리비도 더 나갑니다. 매도가가 5억 원으로 내려가면 같은 비용표에서 남는 금액은 6백만 원뿐입니다. 임차인 보증금 인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계산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경락잔금대출도 입찰 뒤에야 알아보면 늦습니다. 은행이 얼마를 빌려줄지는 감정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낙찰가, 담보 평가, 소득과 기존 대출, 금융기관의 심사 기준을 함께 봅니다. 입찰 전 여러 금융기관에 예상 한도와 금리, 필요한 자기자금을 확인하고, 대출이 줄었을 때 잔금을 낼 현금이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잔금을 못 내면 재매각과 보증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입찰표를 접는 것도 현장에서 배운 기술이다
그날은 임차인 관련 자료를 더 확보하지 못했고, 보수적으로 다시 쓴 비용표에서도 여유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에 온 시간과 현장 답사에 쓴 기름값이 아까웠지만, 그 비용을 만회하려고 수억 원짜리 결정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파트경매에서 가장 아쉬웠던 물건은 남이 낙찰받아간 집보다 제가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들어간 집이었습니다. 낮은 최저가를 보면 지금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럴수록 임차인의 날짜, 실제 거래가, 잔금 마련 방법을 종이에 다시 적습니다. 세 칸 중 하나라도 빈 채라면 저는 그 집을 보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