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경매 대출 한도 믿고 입찰했다가 식은땀 난 날

입찰장에서 공장 물건을 보던 분이 제게 물었다. “감정가가 10억 원이면 대출 7억 원쯤은 나오겠죠?” 경매를 오래 다녀도 이런 말은 들을 때마다 조심스럽다. 공장 경매 대출 한도는 감정가에 일정 비율을 곱해 끝낼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은행이 담보로 인정하는 가치, 빌리는 사람의 상환 능력, 공장을 실제로 쓸 수 있는지가 함께 걸린다.
감정가 10억 원인데 대출은 왜 4억 원대일까
숫자로 풀어보자. 감정가 10억 원인 공장을 8억 원에 낙찰받고, 입찰보증금으로 1억 6천만 원을 냈다고 가정하자. 납부할 잔금은 6억 4천만 원이다. 여기서 감정가의 70%를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금 계획이 편해 보인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현장과 거래 사례를 확인한 뒤 담보가치를 7억 원으로 보고, 그중 60%인 4억 2천만 원까지만 검토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60%는 설명을 위한 가정일 뿐, 공장 대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비율이 아니다.
이 경우 잔금 납부 때 추가로 필요한 현금은 2억 2천만 원이다. 이미 낸 보증금까지 합치면 매입대금에 들어가는 자기자금은 3억 8천만 원이다. 취득세와 등기비용, 대출 관련 비용, 명도비용, 수리비는 아직 넣지도 않았다. 낙찰가에서 대출액만 빼서 준비금을 잡았다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를 현장에서 봤다.
반대로 담보가치가 높게 나와도 신청인의 기존 부채나 사업 실적 때문에 실제 승인액이 낮아질 수 있다. 개인 명의로 살지, 사업자가 살지에 따라 심사 자료도 달라진다. 그래서 상담 때 들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은 확정 한도로 적어두지 않는다. 금액과 조건이 적힌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 돈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계산한다.
공장이라는 이름보다 은행이 보는 건 따로 있다
공장은 같은 면적이라도 값이 크게 다르다. 도로에서 대형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지, 건물이 적법하게 쓰이고 있는지, 인근에 비슷한 공장 거래가 있는지에 따라 다시 팔기 쉬운 정도가 달라진다. 오래된 감정평가서의 금액만 들고 대출 한도를 묻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기계가 가득한 공장은 착시가 생긴다. 경매 서류에 적힌 매각 대상에 그 기계가 포함되는지부터 봐야 한다. 포함되더라도 금융기관이 토지와 건물처럼 담보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건축물대장과 현장의 면적이 다르거나 무단 증축 부분이 보이면 그 부분의 가치 인정 여부도 따로 물어야 한다. 물건명세서, 감정평가서, 등기사항증명서, 건축물대장을 나란히 놓고 빠진 건물이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산업단지 안의 공장이라면 관리기관에 입주 가능 업종과 입주계약 조건도 확인한다. 산업집적 관련 법에는 경매로 산업용지나 공장을 취득한 사람이 정해진 기간 안에 입주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을 때 양도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이런 조건을 놓치면 공장을 원하는 방식으로 쓰기 어렵고, 대출 심사나 이후 매각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도보다 무서운 건 잔금 납부 날짜다
경매 입찰 전에 금융기관 두세 곳에 같은 자료를 보내 상담받는다. 소재지와 토지·건물 면적, 감정평가서, 매각물건명세서, 등기 자료를 보여주고 “이 물건을 이 명의로 이 금액에 낙찰받으면 얼마까지, 언제 실행 가능한가”를 묻는다. 대출 예상액만 듣고 끝내지 않는다. 현장 실사와 감정에 걸리는 시간, 필요한 서류, 보증이나 추가 담보 조건도 함께 확인한다.
낙찰 후에는 법원이 정한 대금지급기한에 맞춰 잔금을 내야 한다. 심사가 늦거나 승인액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 기한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민사집행법상 기한 내 대금을 내지 못하면 차순위매수신고인에게 매각이 허가되거나 재매각으로 넘어갈 수 있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입찰 당일에 대출 창구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이미 시간이 빠듯하다.
나는 예상 대출액보다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자금표를 만든다. 위 사례라면 4억 2천만 원을 확정 수입처럼 넣지 않고, 그보다 적게 나왔을 때 잔금과 세금까지 낼 현금이 있는지 먼저 따진다. 명도나 보수에 쓸 돈을 잔금에 모두 밀어 넣으면 소유권을 얻은 다음부터 막히기 쉽다.
싸게 낙찰받아도 남는 돈은 다시 계산해야 한다
공장 물건은 소유권을 넘겨받는 비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점유자가 있다면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봐야 하고, 오래 비어 있었다면 전기 설비와 지붕, 바닥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과거 공장의 사용 이력을 보고 폐기물이나 토양오염이 의심되면 비용 범위를 확인하기 전에는 수익을 계산하기 어렵다. 이런 위험은 대출액이 조금 늘어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입찰가를 정할 때는 ‘낙찰가 8억 원’ 한 줄 아래에 취득 관련 세금, 등기·금융 비용, 명도와 수리 예산, 보유 기간의 이자를 따로 적는다. 세금은 취득 주체와 물건의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실제 취득 조건으로 확인해야 한다. 예상 임대료나 되팔 가격도 현장 거래 사례와 비교한다. 숫자를 채워 넣고 나서 남는 금액이 얇으면, 감정가보다 싸게 샀다는 말은 큰 위안이 안 된다.
공장 경매 대출 한도를 물을 때 내가 먼저 확인하는 건 ‘최대 얼마’보다 ‘적게 나와도 잔금을 낼 수 있나’다. 서류에서 한 줄, 현장에서 설비 하나를 놓치면 자기자금 계산이 금세 달라진다. 입찰표에 금액을 쓰기 전에 그 차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편이 오래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