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매매 수익률 6%를 보고도 계약을 멈춘 이유

몇 년 전, 월세가 꼬박 들어온다는 상가를 보러 갔습니다. 매도인이 보여준 숫자는 꽤 좋았습니다. 매매가 5억 원, 보증금 3천만 원, 월세 250만 원. 제가 경매 물건을 볼 때도 먼저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임차인에게 물으니 몇 달째 매출이 줄어 계약 만료 때 가게를 옮길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서류 속 월세 250만 원과 다음 달에도 받을 월세 250만 원은 다른 돈입니다.
월세표를 받으면 빈 점포부터 계산한다
위 숫자대로면 연 임대료는 3천만 원입니다. 보증금을 뺀 4억 7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 수익률이 약 6.4%로 보입니다. 중개 현장에서 자주 듣는 계산이죠. 하지만 보증금은 언젠가 임차인에게 돌려줄 돈이고, 임대료는 공실이 생기는 순간 멈춥니다. 저는 그 숫자를 예상 수익으로만 적고, 실제 통장에 남을 돈은 따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대출 2억 5천만 원의 금리를 연 5%로 가정하면 이자만 월 약 104만 원입니다. 관리비 중 소유자 부담분과 수선비를 월 20만 원으로 잡으면, 월세 250만 원에서 약 126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에 임차인이 나가 한 달만 비어도 그해 임대료 250만 원이 빠집니다. 중개보수, 취득 관련 세금, 보유세, 소득에 따른 세금까지 넣으면 처음 들은 6.4%와 체감 수익률은 더 벌어집니다. 대출금리와 세금은 사람마다 달라서, 이 계산은 투자 판단을 위한 예시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1년의 입금 내역을 계약서와 맞춰 봅니다. 월세 연체가 있었는지, 관리비는 누가 냈는지, 임차인이 따로 부담하는 비용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계약서에 월세가 적혀 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제때 들어왔는지가 중요합니다.
임차인이 있는 상가는 계약서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상가매매를 하면 점포만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다면 매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대법원 판례도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보증금 반환 문제까지 이어지므로, 매매대금에서 보증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잔금일 전에 명확히 써둬야 합니다.
제가 받아 보는 자료는 임대차계약서 원본과 변경 계약서, 보증금 입금 증빙, 월세 입금 내역입니다. 임차인에게도 보증금과 차임, 계약 시작일, 현재 영업 여부를 직접 확인합니다. 매도인이 말한 조건과 임차인의 설명이 다르면 그 자리에서 거래를 멈추고 차이를 확인합니다. 뒤늦게 나온 보증금 1천만 원은 수익률 계산의 작은 오차가 아니라 돌려줘야 할 채무가 될 수 있습니다.
점포를 직접 쓰거나 새 임차인을 받을 계획이라면 계약 만료일만 보고 입주 날짜를 정하면 곤란합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법에서 정한 요건과 기간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문제도 별도로 생길 수 있습니다. ‘내가 사서 쓸 거니까 비워 달라’는 말 한마디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명도 일정이 투자 계획의 전제라면 계약 전에 임대차 이력과 임차인의 의사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에게 검토를 받는 편이 비용을 아낍니다.
유동인구보다 내 점포 앞에서 발이 멈추는지를 본다
현장에 가면 큰길에 사람이 많다는 설명을 자주 듣습니다. 근데 사람 수와 손님 수는 다릅니다. 횡단보도가 점포 반대편에 있거나, 입구가 기둥에 가려져 있거나, 주차 후 점포까지 돌아와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저는 평일 점심, 평일 저녁, 주말에 같은 자리를 다시 봅니다. 인근 공실이 몇 개인지, 같은 업종이 얼마나 버티고 있는지도 함께 적습니다.
서류에서는 등기사항증명서의 소유권과 담보권, 건축물대장의 용도와 면적을 확인합니다. 정부24에서 건축물대장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쓰는 공간이 공부상 면적과 맞는지, 불법으로 확장한 부분은 없는지도 현장에서 봐야 합니다. 업종에 따라 필요한 용도나 허가 조건이 다르므로 ‘전 임차인이 영업했으니 다음 임차인도 된다’고 단정하면 위험합니다. 분양면적이 아니라 전용면적과 손님이 쓰는 동선을 기준으로 임대 경쟁력을 봅니다.
시세도 호가 한두 개로 잡지 않습니다. 같은 건물과 주변 건물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 현재 나온 매물의 가격, 임대 조건을 나눠 봅니다. 비슷해 보이는 점포라도 층, 출입구, 코너 여부가 다르면 가격 차이가 큽니다. 팔 때 다음 매수자가 어떤 점을 깎으려 할지까지 생각해야 지금 제시한 가격이 보입니다.
잔금 날 필요한 현금은 매매가보다 복잡하다
상가 계약에서 제가 특히 조심하는 말이 ‘대출은 웬만하면 나와요’입니다. 대출 가능액과 금리는 매수인의 소득, 담보 평가, 임대차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잔금 계획을 세울 때는 금융기관의 심사 결과를 확인하고, 예상보다 적게 나올 때 쓸 현금도 계산해 둡니다. 임차인이 나갈 때 반환할 보증금 3천만 원 역시 손에 남는 돈처럼 쓰면 안 됩니다.
세금도 계약서 문구만 믿고 넘길 부분이 아닙니다. 상가 거래에서는 건물분 부가가치세와 사업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실린 부가가치세법은 일정한 사업 양도를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지만, 상가를 통째로 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의 사업 형태, 임대차 승계 범위, 계약 구조를 세무사와 확인하고 부가가치세 부담 주체를 계약서에 적어야 잔금 때 다투지 않습니다.
그때 보러 간 상가는 결국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이 나가면 받을 수 있는 월세를 뒷받침할 만한 주변 수요가 약했고, 매도인이 요구한 가격에는 공실 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상가매매는 좋은 임차인이 있을 때보다 그 임차인이 떠난 뒤에도 버틸 수 있을 때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지금도 월세표를 받은 다음, 빈 점포의 문을 열어 둘 수 있는 기간부터 계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