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자격증부터 따려던 친구와 법원에 가봤더니

법원 입찰장에 처음 온 친구가 제게 물었습니다. “경매자격증 없는데 입찰해도 돼?” 입찰표를 쓰기도 전에 자격증부터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경매를 처음 배울 때는 이름에 ‘경매’가 붙은 자격증 하나쯤 있어야 물건을 살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입찰장에서 필요한 건 자격증보다 입찰할 물건을 제대로 읽는 능력입니다.
내 물건에 입찰하는 데 경매자격증은 필요 없다
개인이 자기 이름으로 법원 부동산 경매에 입찰할 때 경매자격증을 제출하지는 않습니다. 법원경매정보에서 사건을 찾고,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확인한 뒤 정해진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합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아무 준비 없이 입찰표만 넣으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건별 매각조건과 입찰보증금, 입찰표 기재 사항을 당일 공고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부터 실수가 납니다. 기일입찰 보증금은 통상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이지만, 법원이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 최저가가 2억 원이면 평소 기준으로 2천만 원을 떠올리겠지만, 그 숫자를 외워서 현장에 가면 안 됩니다. 재매각인지, 특별한 매각조건이 있는지 공고에서 다시 봐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정해진 보증금보다 적게 낸 입찰이 문제 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입찰하는 일’과 ‘돈을 받고 남의 입찰을 대리하는 일’은 구분해야 합니다. 후자는 별도의 자격과 등록 문제가 걸립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졌다고 곧바로 법원 매수신청을 대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관련 규칙은 법원에 매수신청대리인으로 등록한 개업공인중개사의 업무 범위를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자격증 이름보다 먼저 확인할 한 줄
경매 관련 교육을 찾아보면 이름이 비슷한 민간자격이 여러 개 나옵니다. 이때 ‘등록 민간자격’이라는 문구를 ‘국가가 실력을 보증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민간자격정보서비스는 민간자격을 국가 밖의 개인사업자나 법인, 단체가 운영하는 자격으로 설명합니다. 등록 여부와 국가공인 여부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자격증 이름만 보고 입찰 권한이나 취업 효과를 기대할 일은 아닙니다.
강의를 고를 때 저는 수료증 사진보다 교재 목차를 먼저 봅니다. 등기부에 적힌 권리가 매각으로 사라지는지, 임차인의 보증금을 매수인이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지, 배당요구와 점유 상태를 어떻게 대조하는지 다루는지 확인합니다. 문제만 반복해서 푸는 수업보다 실제 사건 서류를 펴 놓고 모르는 대목을 표시하게 하는 수업이 초보에게는 더 쓸모 있습니다.
자격증 공부가 시간 낭비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낯선 용어를 익히고 공부할 순서를 잡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시험에 합격한 날과 남의 보증금을 안전하게 분석할 수 있는 날은 다릅니다. 입찰장에서 제가 확인하는 것도 자격증 유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권리와 비용을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입니다.
값이 싸 보여도 권리분석에서 멈춘 물건
처음 물건을 보러 다닐 때 감정가보다 여러 차례 낮아진 빌라를 보고 마음이 급해진 적이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싸 보였죠. 그런데 서류를 펼치니 점유자 정보와 임차인의 권리관계를 한 번에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장에서도 누가 어떤 계약으로 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 물건은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싸게 낙찰받는 것보다, 내가 떠안을 돈의 범위를 모르는 상태가 더 무서웠습니다.
초보라면 등기사항증명서의 권리 순서만 보고 ‘뒤의 것은 다 없어지겠지’라고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민사집행법은 저당권처럼 매각으로 소멸하는 권리와 매수인이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구분합니다. 임차인 문제는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의 인수 관련 문구, 현황조사서의 점유 내용, 임차인의 전입과 배당요구 자료를 함께 맞춰 봐야 합니다. 서류끼리 말이 다르면 입찰가를 깎기 전에 그 차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공부할 때는 한 물건을 골라 네 줄만 직접 적어도 좋습니다. 누가 점유하는지, 어떤 권리가 남을 수 있는지, 얼마에 팔 수 있는지, 언제까지 잔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네 줄 중 하나라도 근거를 적지 못하면 그 물건은 아직 입찰할 준비가 덜 된 겁니다. 수업에서 받은 권리분석표가 대신 판단해 주지는 않습니다.
낙찰가 옆에 빠지기 쉬운 돈
가령 2억 4천만 원에 낙찰받아 2억 8천만 원에 판다고 가정해 봅시다. 가격 차이는 4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취득과 등기 관련 비용 900만 원, 수리비 600만 원, 점유 정리에 드는 비용 300만 원, 대출이자 200만 원, 매도 중개보수 100만 원을 가정하면 남는 돈은 1천900만 원입니다. 이것도 매도에 따른 세금과 보유 중 추가 비용을 계산하기 전 숫자입니다. 실제 세금과 비용은 물건과 보유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경락잔금대출도 낙찰 뒤에 알아보면 늦을 수 있습니다. 대출 가능 금액이나 금리는 개인의 소득과 보유 주택, 물건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원하는 만큼 빌릴 수 있다는 가정으로 입찰가를 쓰면 잔금 기한이 닥쳤을 때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대금을 내지 못해 재매각으로 가면 입찰보증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입찰 전에 자기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과 대출이 줄었을 때의 부족분을 따로 적어 둡니다.
경매자격증을 알아보는 건 좋은 출발일 수 있습니다. 다만 공부의 목표를 증서 한 장에 두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법원에서 돌아와 서류를 다시 읽고, 현장에 가서 예상과 다른 점을 기록하고, 계산이 맞지 않으면 입찰을 접는 일. 지난 10년 동안 제 돈을 지켜 준 건 그런 습관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