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임대 보러 갔다가 난방비부터 물었다

시골집임대 매물을 보러 가면 저는 마당보다 보일러실부터 봅니다. 사진에는 햇살 드는 툇마루가 나오지만, 계약하고 나서 매달 돈이 나가는 곳은 대개 보일러실과 수도 계량기 쪽이거든요. 경매 물건을 보러 다닐 때도 집값이 싸다는 말에 먼저 흔들리면 수리비 계산이 늦어졌습니다. 임대도 비슷합니다. 월세가 싸다는 말만 듣고 들어가면 그 차액을 다른 곳에 쓰게 될 수 있습니다.
월세 35만 원짜리가 꼭 싼 집은 아니다
가령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인 집이 있다고 해보죠. 입주 전에 도배와 누수 보수로 360만 원을 세입자가 부담한다면, 2년 거주 기준 수리비만 한 달에 15만 원꼴입니다. 월세와 합치면 50만 원입니다. 여기에 기름보일러 난방비, 차량 이동비, 정화조 관리비가 붙습니다. 반면 월세 50만 원이라도 바로 살 수 있고 생활권이 가까운 집이라면 실제 지출은 그쪽이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골집임대 매물을 볼 때 저는 보증금과 월세 옆에 빈칸을 하나 더 만듭니다. 입주 전 수리비, 겨울 난방비, 통근 거리, 인터넷 설치 가능 여부를 적는 칸입니다. 난방비는 집 크기와 단열 상태, 사용 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집주인에게 지난겨울 사용량을 물어보되, 답만 믿고 계약금부터 보내지는 않습니다. 창틀 틈과 천장 얼룩, 보일러 연식은 현장에서 직접 봐야 합니다.
집 한 채를 빌리는 줄 알았는데 땅은 남의 것일 때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시골집은 확인할 지번이 여럿일 수 있습니다. 주택이 선 땅, 마당으로 쓰는 땅, 차가 들어오는 길의 소유자가 각각 다를 수도 있죠. 제가 현장에서 특히 경계하는 말이 ‘마을에서 다 그렇게 써요’입니다. 지금 쓸 수 있다는 이야기와 계약 기간 내내 쓸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계약 전에 서류와 현장을 맞춰본다
- 건물과 토지의 등기사항증명서를 각각 확인하고, 계약하는 사람이 소유자인지 신분증과 대조합니다. 대리인이 나오면 위임 관계도 확인합니다.
- 건축물대장에서 용도와 위반건축물 표시를 살피고, 실제 집의 위치와 면적이 서류와 맞는지 봅니다. 건물이 서류에 없거나 주거용인지 불분명하다면 계약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 마당, 창고, 텃밭, 주차 자리 중 어디까지 빌리는지 계약서에 적습니다. 남의 토지나 통행로가 걸려 있다면 사용 권한을 별도로 확인합니다.
국토교통부의 전세계약 유의사항에도 임대인 신분, 등기사항증명서, 건축물대장 확인이 들어 있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이 기본 확인이 더 번거로울 뿐, 덜 중요한 게 아닙니다. 특히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다르다면 집주인의 설명만으로 사용 범위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수리해 놓고 나갈 때 또 돈을 쓰지 않으려면
오래 빈 집은 손볼 곳이 생깁니다. 문제는 ‘세입자가 고쳐 쓰는 조건’이라는 말이 너무 넓다는 겁니다. 보일러가 멈추면 누가 교체하는지, 장마에 지붕이 새면 누가 비용을 내는지, 제가 단 선반은 퇴거할 때 떼어야 하는지까지 달라집니다. 구두로만 합의하면 입주할 때와 나갈 때 서로 다른 기억을 꺼내기 쉽습니다.
돈 드는 항목은 계약서에 금액까지 남긴다
저라면 입주 전에 사진과 영상을 찍고, 이미 망가진 곳을 목록으로 만듭니다. 임대인이 수리할 항목과 완료 날짜, 세입자가 부담할 공사의 범위와 상한액도 적습니다. 세입자가 비용을 들여 고치는 대신 월세를 깎는다면 감액 기간과 금액을 숫자로 남겨야 합니다. 비용을 나중에 돌려받기로 했다면 지급 시점도 정해야 하고요. 벽지 색을 바꾸는 일과 누수 배관을 고치는 일은 성격이 다르니 한데 묶어 ‘수리 일체 세입자 부담’이라고 쓰는 계약은 피하는 편입니다.
현장 확인은 맑은 날 한 번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비가 온 뒤 벽면에 젖은 자국이 생기는지, 수도를 틀었을 때 압력이 떨어지는지, 휴대전화가 집 안에서도 터지는지 확인합니다. 겨울에 살 집이라면 단열과 난방 설비를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이런 불편은 사진에는 잘 안 나오지만 매일 겪게 됩니다.
보증금은 입주한 뒤에야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
계약 직전에는 등기사항증명서를 다시 확인합니다. 처음 방문한 날 깨끗했던 등기부가 계약일에도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선순위 근저당이나 압류가 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어떤 위험이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경매 현장에서 보면 집이 팔린 가격만으로 모든 채권을 갚지 못하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보증금이 작아 보여도 자기 돈에는 큰 금액일 수 있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집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면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깁니다.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건입니다. 다만 확정일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선순위 권리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전입신고가 가능한 집인지부터 확인하고, 입주 후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챙겨야 합니다. 무허가나 위반건축물은 상태에 따라 보증금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관할 기관에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시골집은 싸게 빌려 천천히 고쳐 살면 된다는 말을 저도 좋아합니다. 다만 그 ‘천천히’에 드는 돈과 시간을 계약 전에 적어보면 마음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은 월세 숫자가 가장 낮은 집보다, 쓰는 공간과 고칠 범위가 분명한 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