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멈췄던 이유

얼마 전 분양권 매수 계약을 앞둔 지인이 계약서를 보여줬습니다. 매매대금과 계약금은 적혀 있는데, 중도금 대출 승계가 안 될 때 어떻게 할지는 비어 있더군요. 저는 그 자리에서 사인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분양권은 아파트 한 채를 바로 넘겨받는 거래가 아닙니다. 분양계약에 따른 권리와 앞으로 낼 돈을 함께 넘겨받는 거래라, 빈칸 하나가 잔금 날 큰돈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분양권 전매 계약서보다 먼저 확인할 것
첫째는 그 분양권을 지금 전매할 수 있는지입니다. 전매제한은 지역 이름만 듣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입주자모집공고의 조건, 해당 단지의 분양 유형, 전매제한 기산일과 종료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주택법은 일정한 주택과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의 전매를 제한합니다. 중개사가 ‘이 동네는 풀렸다’고 말해도 해당 물건의 서류로 다시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둘째는 파는 사람이 실제 계약자인지입니다. 원본 분양계약서의 동·호수, 계약자 이름, 선택품목 계약 내용을 신분증과 대조합니다. 공동명의라면 권리자 전원이 계약과 명의변경에 참여해야 하는지도 확인합니다. 분양대금 납부확인서에는 지금까지 낸 돈과 미납액이 드러납니다. 분양계약서만 보고 ‘중도금까지 다 냈다’는 말을 믿었다가 미납 이자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는 시행사나 분양사무실의 명의변경 절차입니다. 전매가 가능한 시점과 실제 명의변경 접수 일정은 별개입니다. 필요한 서류, 접수 가능일, 대출 관련 절차를 미리 물어봐야 계약서에 현실적인 이행 날짜를 쓸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서류 확인에 하루를 더 쓰는 편이 잔금일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매매대금 한 줄로는 돈의 흐름이 안 보인다
가령 분양가 6억 원인 아파트에 계약금 6천만 원이 납부됐고, 중도금 1억 2천만 원은 매도인 명의 대출로 지급됐다고 해보죠. 프리미엄은 3천만 원입니다.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할 돈을 납부 계약금 6천만 원과 프리미엄 3천만 원으로 잡으면 9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중도금 대출 1억 2천만 원을 승계할 수 있는지, 앞으로 남은 분양대금 4억 2천만 원을 언제 낼지까지 봐야 거래 전체가 보입니다.
계약서에는 분양가, 매도인이 이미 납부한 금액, 대출로 납부된 금액, 프리미엄,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줄 금액을 따로 적는 편이 좋습니다.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옵션도 계약 여부, 납부액, 미납액을 구분해야 합니다. 프리미엄 3천만 원만 보고 현금 3천만 원이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계약금 반환분과 옵션 잔금을 놓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중도금 대출은 ‘매수인이 승계한다’는 한 문장으로 끝내기 어렵습니다. 금융기관 심사 결과와 대출 조건을 확인하고, 승계가 거절되면 매도인이 상환할지, 매수인이 다른 자금을 마련할지, 계약을 해제할지와 이미 지급한 돈은 언제 돌려줄지를 합의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사전에 금융기관과 분양사무실에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특약은 걱정을 적는 칸이 아니라 책임을 나누는 칸이다
제가 가장 오래 보는 건 특약입니다. ‘명의변경에 협조한다’는 말보다 누가 어떤 서류를 언제까지 제출하고, 명의변경이 불가능할 때 어떻게 처리할지를 적은 문장이 낫습니다. 미납 분양대금과 연체료의 기준일도 정해야 합니다. 계약 전 발생한 연체료를 잔금 날 처음 알고 서로 다투는 일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 매도인이 제출할 분양계약서, 납부확인서, 옵션 계약서와 대출 관련 서류를 특정합니다.
-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일과 명의변경 신청일의 순서를 맞춥니다.
- 대출 승계 불가, 명의변경 거절, 서류상 권리 불일치가 생겼을 때의 처리 방법을 각각 적습니다.
- 기준일 이전과 이후의 연체료, 이자, 옵션 잔금 부담 주체를 구분합니다.
모든 상황을 ‘계약 해제 가능’이라는 말 하나로 덮으면,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반환 기한과 비용 부담을 두고 다시 싸우게 됩니다. 특약은 당사자가 실제로 합의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중개사가 쓰는 문구를 그대로 옮기기 전에 매수인과 매도인이 같은 뜻으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명의변경과 신고까지 끝나야 한숨 돌린다
서명 후에는 부동산 거래신고 일정도 챙겨야 합니다. 분양권 전매 계약은 부동산 거래신고 대상이며,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은 계약 체결일부터 30일 이내 신고하도록 정합니다. 중개 거래라면 중개사가 신고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사자도 신고 내용의 가격과 계약일이 실제 계약서와 맞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다음은 대출 승계와 분양계약자 명의변경이 실제로 처리됐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계약서에 이름을 적었다고 분양사무실의 계약자 명의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명의변경이 완료된 서류를 받고, 이후 납부 일정도 매수인 기준으로 다시 챙겨야 합니다. 취득 단계의 세금과 보유 비용, 나중에 팔 때의 세금은 개인 상황과 당시 규정에 따라 달라지니 계약 전에 자금 계획에 여유를 두는 게 좋습니다.
경매 현장에서도 낙찰가보다 인수할 권리와 추가로 나갈 돈을 먼저 계산합니다. 분양권도 비슷합니다. 계약서의 가격이 마음에 들어 급하게 서명하기보다, 전매 가능 여부와 돈의 흐름, 명의변경이 막혔을 때의 책임까지 확인한 뒤 펜을 드는 게 제겐 더 익숙한 순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