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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약서 준비물 챙겨 갔다가 계약을 멈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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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약서 준비물 챙겨 갔다가 계약을 멈춘 날

몇 해 전 아파트 매매계약 자리에 갔다가 계약금 이체 직전에 멈춘 적이 있습니다. 신분증도 있었고 계약서도 인쇄돼 있었죠. 그런데 막 발급한 등기사항증명서에는 전날 접수된 근저당권이 보였습니다. 매도인은 곧 갚을 돈이라고 했지만, 그 말만 믿고 계약금부터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다시 느꼈습니다. 부동산 계약서 준비물은 가방에 넣을 서류만 뜻하지 않습니다. 돈을 보내기 전에 확인할 자료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계약서 쓰러 가기 전에 먼저 펼칠 것

매매든 임대차든 계약 당일 등기사항증명서를 새로 확인합니다. 소유자가 계약 상대와 같은지, 근저당권·압류·가압류·가등기 같은 권리가 있는지 봅니다. 어제 확인한 등기부를 오늘 그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등기사항증명서는 인터넷등기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라면 동·호수를, 토지라면 지번을 계약서와 한 글자씩 맞춰 봐야 합니다.

건축물대장과 현장도 같이 봅니다. 공부상 용도가 주택인지, 면적과 구조가 설명과 맞는지,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서류에 방이 세 개라고 적혀 있어도 현장에서 막아 만든 공간이 있다면 쓰임새와 비용이 달라집니다. 저는 사진을 몇 장 찍고, 계약서에 적을 물건 표시와 실제 현관 호수가 같은지도 확인합니다. 이런 확인은 도장 찍은 뒤보다 찍기 전에 훨씬 쉽습니다.

매매계약이라면 신분증보다 자금 일정이 더 중요하다

매수인은 신분증, 계약금 이체 수단, 대출 상담 결과를 챙깁니다. 공동명의로 살 계획이면 지분과 자금 부담을 미리 맞춰 두고요. 매도인은 신분증과 소유권을 확인할 자료를 준비합니다. 다만 매도용 인감증명서, 등기필정보 같은 이전등기 서류를 계약 당일 반드시 모두 건네야 하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계약 체결과 잔금·이전등기는 단계가 다릅니다. 잔금일에 어떤 서류를 누가 준비할지는 중개사나 등기를 맡을 사람과 미리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요건에 따라 인감증명서 대신 쓸 수 있다고 정부24가 안내합니다.

계약서에는 매매대금뿐 아니라 계약금·중도금·잔금의 금액과 날짜, 인도일, 남아 있는 담보권을 언제 어떻게 말소할지 적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5억 원이고 기존 대출이 3억 원인 집이라면, 잔금으로 대출을 갚겠다는 말만 듣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상환과 말소에 필요한 금액을 확인하고 잔금 지급과 동시에 처리할 방법을 맞춰야 합니다. 계약금 10%는 흔히 보는 관행이지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법정 비율은 아닙니다.

중개보수, 취득세, 등기비용, 대출 관련 비용도 계약 전 계산에 넣습니다. 5억 원짜리 집에 현금 1억 원과 대출 4억 원을 맞췄다고 해서 준비가 끝난 게 아닙니다. 대출 한도나 실행일이 어긋나면 잔금 자체가 막힐 수 있습니다.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부동산 거래신고도 챙겨야 합니다. 신고 업무와 필요한 서류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는 보증금이 돌아올 길까지 확인한다

전세나 월세 계약이라면 임차인은 신분증, 계약금, 입주 예정일을 준비합니다. 임대인과 등기상 소유자가 같은지도 봐야 합니다. 대리인이 나온다면 ‘가족이니까 괜찮다’는 말로 넘기지 않습니다. 위임 범위가 적힌 위임장, 위임인의 의사, 대리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계약금은 누구 계좌로 보낼지 계약서에 분명히 적습니다. 공동소유 주택이라면 계약 권한을 더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증금 2억 원에 선순위 채권이 3억 원인 집과, 같은 보증금에 선순위 채권이 없는 집은 위험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등기부에 빚이 없으면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다가구주택은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 규모와 순위가 중요하고, 실제 점유 상태도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인지 판단이 서지 않으면 계약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할 생각이라면 그 조건도 계약 전에 알아둬야 합니다.

계약서에는 보증금과 차임, 지급일, 관리비 항목, 입주일, 수리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씁니다. ‘수리해 주기로 함’보다 ‘잔금 전 거실 창문 잠금장치 수리’가 나중에 다툴 여지가 적습니다. 입주 후에는 실제 거주와 전입신고, 확정일자 취득을 일정에 맞춰 챙깁니다. 신고 대상인 주택 임대차계약은 체결일부터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며,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안내에 따르면 계약서를 첨부해 신고하면 확정일자가 자동 부여됩니다. 신고 대상 여부는 지역·금액·계약 내용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 낙찰 뒤에는 준비하는 서류의 이름부터 다르다

경매를 하다 보면 ‘낙찰받았으니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듣습니다. 법원 경매는 일반 매매처럼 매도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매각허가결정과 대금납부를 거치고, 민사집행법상 매수인은 매각대금을 모두 낸 때 권리를 취득합니다. 입찰 때는 사건번호, 물건번호, 신분증, 입찰보증금과 법원이 요구하는 입찰서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낙찰 뒤 대출 상담을 받는다면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매각 관련 서류와 자기자금, 잔금 납부기한을 따로 맞춰야 하고요.

특히 경매 물건의 점유자와 임차보증금은 계약서 한 장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기 기록을 함께 읽고 인수할 권리가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명도비, 체납 관리비의 부담 가능성, 수리비, 취득세까지 계산하면 입찰가가 달라집니다. 일반 매매계약에 필요한 서류 목록을 경매에 그대로 가져오면 중요한 질문을 놓치기 쉽습니다.

제가 계약 자리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건 도장이 아니라 최신 자료와 자금 일정표입니다. 서류 한 장을 더 챙기는 수고보다,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금을 보내고 나서 치르는 대가가 훨씬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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