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을 확인하고 입찰가를 낮춘 이유

얼마 전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을 보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받을 여지가 있어 보였는데, 최초 분양 공고문에 분양가상한제와 전매제한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거든요. 경매 입찰장에서는 등기부의 근저당과 임차인부터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은 분양 당시 붙은 조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은 싸게 분양받은 주택이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일정 기간 옮기지 못하게 하는 규정입니다. 전매에는 매매뿐 아니라 증여 등 권리 변동도 포함됩니다. 상속은 전매에서 제외됩니다. 이름만 보면 분양권 거래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입주 후 주택을 처분할 때도 확인할 일이 생깁니다.
분양가상한제라고 모두 같은 기간은 아니다
제가 먼저 보는 것은 공공택지인지, 공공택지 밖의 택지인지입니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의 전매제한 안내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이 공공택지에 있으면 수도권은 3년, 수도권 밖은 1년입니다. 반면 공공택지 밖에 있고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라면 지역에 따라 1년, 6개월 또는 제한이 없는 경우로 갈립니다.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면 별도 기준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공공택지 밖 주택은 1년, 성장관리권역이나 자연보전권역은 6개월이 기준입니다. 수도권 밖 광역시의 도시지역도 6개월입니다. 다만 같은 단지라도 분양 시점과 공급 유형, 당시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적용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인터넷에서 본 ‘수도권은 무조건 3년’이라는 문장 하나로 입찰가를 정하면 곤란합니다.
기산일도 자주 틀립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 별표 3은 입주자로 선정된 날부터 전매제한기간을 계산합니다. 입주일이나 잔금 납부일을 시작일로 잡으면 종료일이 달라집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면 기간을 채운 것으로 보는 규정도 있지만, 그 효과가 해당 물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공급 공고와 등기 시점을 함께 대조해야 합니다.
입찰 전에 공고문 날짜부터 맞춰봤다
앞서 본 물건은 먼저 입주자모집공고문을 구했습니다. 거기에 적힌 택지 종류, 전매제한기간, 거주의무 문구를 표시한 다음 당첨일과 소유권이전등기일을 나란히 적었습니다. 등기부에는 소유권보존등기와 이전등기 날짜를 확인했고,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점유 관계와 인수할 권리가 있는지 따로 확인했습니다. 서류마다 다루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특히 조심할 것은 전매제한과 거주의무를 한 덩어리로 생각하는 겁니다. 전매제한이 끝났다고 거주의무까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수도권의 일정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에는 별도 거주의무가 붙을 수 있고, 주택법은 대상 주택의 입주 시기와 거주 기간을 따로 규정합니다. 분양 공고문에 두 항목이 모두 있다면 각각 종료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3년 전매제한이 적힌 물건이라도 당첨일만 보고 ‘이제 팔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와 거주의무 이행 여부, 현재 점유자가 누구인지까지 확인한 뒤 매도 가능한 시점을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그 시점이 늦어지면 잔금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더 오래 부담할 수 있으니까요.
경매 물건이라고 자동으로 풀리는 것도 아니다
경매 투자자라면 주택법 시행령 제73조의 예외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정한 전매제한 대상 주택의 소유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령에서 정한 금융기관 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대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공매가 진행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동의를 받아 전매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돼 있습니다. ‘경매로 나왔으니 제한은 사라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닙니다. 대상 주택과 채권자 요건, 동의 절차를 물건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채권자가 누구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등기부에 은행 이름이 보인다고 곧바로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경매 신청 채권자와 채무의 성격을 기록에서 확인하고, 전매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관련 기관에 확인합니다. 제가 입찰을 미루는 경우는 대개 가격이 비싸서만이 아닙니다. 이 확인이 끝나지 않아 출구 시점을 숫자로 적을 수 없을 때입니다.
낙찰가보다 보유비용이 먼저 보였다
숫자를 넣어보면 판단이 조금 차분해집니다. 가상의 물건을 5억 원에 낙찰받고 취득 부대비용과 수리비로 2천만 원을 쓴다고 해보죠. 매도 가능 시점이 예상보다 6개월 밀리고 대출 이자와 관리비가 월 180만 원이라면 보유비용만 1,080만 원 늘어납니다. 명도비나 중개보수, 매도 시 세금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시세가 5억 6천만 원이라는 말만 듣고 6천만 원 차익을 계산하면 실제 손에 남을 돈을 크게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표를 쓰기 전에 분양 공고문, 당첨일, 등기일, 거주의무, 경매 신청 채권자, 점유 상태를 한 장에 적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있으면 예상 매도일을 뒤로 밀고 그만큼 보유비용을 입찰가에서 뺍니다. 처음 보는 분양가상한제 물건이라면 몇 백만 원 더 싸게 사는 것보다 언제 적법하게 처분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일이 더 값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