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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 10만 믿고 법원에 갔다가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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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 10만 믿고 법원에 갔다가 멈칫했다

법원 입찰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입찰보증금은 10%만 챙기면 되죠?”다. 저도 처음에는 계산만 맞으면 준비가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입찰표를 쓰는 순간 헷갈리는 사람이 나온다. 감정가의 10%인지, 내가 써낸 가격의 10%인지, 그날 최저매각가격의 10%인지부터 다시 묻게 된다. 돈을 들고 와서도 입찰봉투를 넣지 못하는 일이 그래서 생긴다.

입찰보증금 10%는 어느 가격에 붙을까

법원 부동산 경매의 기일입찰에서는 원칙적으로 입찰보증금이 해당 매각기일의 최저매각가격 10%다. 민사집행규칙 제63조에 적힌 기준이다. 감정가나 내가 적을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다. 감정가 3억 원인 아파트가 유찰돼 그날 최저매각가격이 2억 1천만 원이라면, 원칙적인 보증금은 2,100만 원이다. 내가 2억 3천만 원에 입찰하든 2억 5천만 원에 입찰하든 이 계산은 같다.

여기서 ‘원칙’이라는 말을 빼면 위험하다. 법원이 보증금액을 다르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잔금을 내지 못한 낙찰자 때문에 다시 매각하는 물건은 입찰보증금이 20%로 안내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재매각이면 무조건 20%라고 외우면 또 틀릴 수 있다. 대법원도 보증금액을 달리 정하려면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제가 입찰 전날 확인하는 숫자는 인터넷에서 본 일반론이 아니라 그 물건의 매각기일 공고에 적힌 보증금액이다.

100만 원 차이로 입찰 자체가 무효가 된다

최저매각가격이 1억 9천만 원인데 보증금 1,800만 원을 준비했다고 치자. 부족한 100만 원을 나중에 보내겠다고 할 수 없다. 법원의 경매절차 처리지침은 정해진 보증금액에 못 미치면 입찰을 무효로 처리하도록 한다. 최고가를 써냈더라도 마찬가지다. 입찰장에서 숫자 하나를 잘못 읽는 일이 무서운 이유다.

제 준비 순서는 단순하다. 입찰하려는 물건의 사건번호와 물건번호를 먼저 맞춘다. 같은 사건에 여러 물건이 있거나 일괄매각이면 화면에서 엉뚱한 줄을 보고 계산하기 쉽다. 그다음 매각기일, 최저매각가격, 보증금액을 차례로 확인한다. 은행에서 자기앞수표를 준비할 때도 ‘대략 이 정도’로 끊지 않는다. 법원이 안내한 금액과 제출 방법을 확인하고, 입찰표에 적은 사건번호를 봉투를 넣기 직전 다시 읽는다.

간혹 보증금을 넉넉히 가져가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초보에게 필요한 건 과한 현금보다 정확한 공고 확인이다. 법원별 현장 안내와 해당 사건의 매각조건까지 보고 움직여야 당일에 당황할 일이 줄어든다.

보증금을 냈다고 손실이 10%에서 끝나지 않는다

낙찰받지 못하면 통상 입찰보증금을 돌려받는다. 낙찰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낸 보증금은 매각대금의 일부가 되고,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된 뒤 법원이 정한 기한까지 나머지 대금을 내야 한다. 가령 최저매각가격 2억 원인 물건에 보증금 2천만 원을 내고 2억 4천만 원에 낙찰받았다면, 남은 매각대금은 2억 2천만 원이다. ‘낙찰가의 90%만 나중에 내면 된다’고 계산하면 2,400만 원이 아니라 2천만 원을 이미 냈다는 사실을 놓친다.

잔금을 기한 안에 내지 못하면 더 아프다. 민사집행법상 재매각 절차로 이어질 수 있고, 앞서 낸 보증금의 반환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경락잔금대출을 알아봤다는 말과 실제 대출이 실행된다는 말은 다르다. 담보평가, 차주의 소득과 기존 대출, 금융기관의 심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자기자금이 달라진다. 제가 입찰가를 정할 때 대출 예상액을 보수적으로 잡는 이유다.

보증금 밖의 돈도 따로 적는다. 취득세 등 세금, 등기 비용, 밀린 관리비 중 인수 가능성이 있는 금액, 수리비, 점유자와 협의하거나 명도 절차를 밟는 동안의 비용까지다. 예를 들어 낙찰가 2억 4천만 원에서 수리비 1,500만 원과 명도 관련 예비비 500만 원만 추가돼도 필요한 현금은 처음 생각한 액수와 꽤 달라진다. 세금과 관리비는 물건과 거래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입찰 전날에는 수표보다 권리관계를 먼저 본다

예전에 입찰장에 들어가기 직전 등기부를 다시 열어본 적이 있다. 전날 출력한 자료만 믿고 가기엔 마음이 걸렸다. 경매 물건은 숫자가 낮아 보여도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할 수 있고, 점유 관계가 예상과 다르면 명도 기간도 늘어난다. 그런 부담은 입찰보증금 10% 계산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매각물건명세서의 인수 조건, 현황조사서의 점유 내용, 등기사항증명서의 권리 순서를 서로 대조한다. 서류에 적힌 내용과 현장에서 들은 말이 다르면 입찰가를 올리는 근거로 삼지 않는다. 임차인의 대항력이나 배당 여부가 애매한 물건은 확인되지 않은 금액을 비용으로 잡고 다시 계산한다.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없으면 입찰을 접는 편이 낫다.

입찰보증금 10%는 법원 경매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숫자다. 하지만 제게는 ‘이 돈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 잔금과 인수할 권리, 점유, 세금까지 계산한 뒤에도 버틸 수 있는지 묻는 첫 관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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