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세 조회하고도 계약을 멈춘 이유

얼마 전 지인이 다세대주택 전세 계약서를 들고 왔습니다. 안심전세에서 시세도 조회했고 보증 가입 가능 표시도 봤다며 이제 계약금만 보내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등기부를 다시 보니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꽤 컸습니다. 저는 입금부터 멈추라고 했습니다. 경매 물건을 보다 보면 시세가 그럴듯한 집과 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집은 다르다는 걸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안심전세 화면에서 먼저 볼 숫자
안심전세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연립·다세대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시세와 지역 전세가율, 경매 낙찰가율을 볼 수 있고, 입력한 보증금 수준과 보증 가입 가능 여부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물을 보면 호가보다 이 숫자들을 먼저 봅니다. 집주인이 부르는 매매가격은 희망 가격이고, 최근 거래 가격과 경매에서 팔릴 법한 가격은 또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집주인이 집값을 3억 원이라고 말하고 전세보증금으로 2억 5천만 원을 요구한다고 해봅시다. 숫자만 들으면 5천만 원의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집의 실제 거래가가 2억 7천만 원이고, 급하게 팔릴 때는 그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금과 잔금의 기준을 집주인의 호가에 맞추면 위험을 지나치게 작게 보게 됩니다. 시세 정보가 부족한 신축 빌라라면 진단 화면의 숫자 하나를 확정된 매매가격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보증 가능 표시를 보고도 등기부를 다시 폈다
그 지인에게 보여준 건 등기부의 을구였습니다. 근저당권이 언제 설정됐고 채권최고액이 얼마인지부터 봐야 했습니다. 갑구에는 소유자가 계약 상대방과 같은지, 압류나 가압류, 경매개시결정 같은 기록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당일 확인한 등기부를 잔금일에 다시 떼어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사이 권리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원칙적으로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을 합한 금액이 주택가격의 90% 이내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보증 심사에서 인정한 주택가격이 3억 원이라면 계산의 출발점은 2억 7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선순위채권이 8천만 원이면 전세보증금 2억 원을 더한 2억 8천만 원은 그 범위를 넘습니다. 실제 가입 심사에는 주택가격 산정 방식과 다른 요건도 적용됩니다. 화면의 ‘가입 가능’은 심사를 끝낸 보증서가 아닙니다.
여기서 90%를 ‘보증금의 90%만 돌려준다’는 뜻으로 읽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 숫자는 가입 가능 범위를 따질 때 쓰는 담보인정비율입니다. 보증이 발급되면 보증서에 적힌 가입 금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실제 가입했다는 말도 구분해야 하고요.
다가구는 옆방 보증금까지 봐야 한다
경매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 중 하나가 다가구주택 세입자입니다. 본인이 사는 방의 보증금과 등기부상 대출만 계산하고 계약했는데, 같은 건물의 다른 세입자들이 먼저 받아 갈 보증금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겁니다. 다가구는 여러 방이 있어도 건물 전체의 권리관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안심전세에서 시세를 확인했다면, 다음에는 전입세대와 확정일자 부여 현황, 선순위 임차보증금 내역을 확인할 차례입니다.
가령 건물 가격을 6억 원으로 보고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2억 원, 앞선 세입자들의 보증금이 2억 원이라면 이미 4억 원이 앞에 있습니다. 여기에 내 보증금 1억 5천만 원을 얹으면 합계가 5억 5천만 원입니다. 장부상 건물 가격보다 낮다고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경매 낙찰가격이 예상보다 낮거나 비용이 발생하면 뒤에 선 보증금부터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앞선 보증금 규모를 확인할 자료를 받지 못했다면 저는 그 물건을 무리해서 계약하지 않습니다.
계약 직전과 잔금일에 확인할 것
안심전세의 임대인 정보 조회도 써볼 만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계약 전 예비 임차인도 앱에서 임대인 동의 없이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보증사고 이력이나 보증 가입 제한 여부처럼 계약 판단에 필요한 항목을 확인하고, 결과가 조회되지 않거나 설명이 맞지 않으면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등기부에 드러나지 않는 체납 문제도 있어 계약 상대방의 납세 관련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잔금 전까지 새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보증 가입이 불가능할 때 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으로 적는 편입니다. 문구만 써놓고 끝낼 일은 아닙니다. 잔금 송금 직전에 등기부를 다시 확인하고, 입주하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챙겨야 합니다. 보증금반환보증은 신청 기한과 서류 요건이 있으니 가입을 계획했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당시 기준으로 접수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인은 결국 그 집 대신 보증금이 낮고 선순위 권리관계가 단순한 집을 골랐습니다. 처음 봤던 집이 반드시 사고가 났을 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경매장에서는 ‘설마 그 가격 아래로 팔리겠어’라는 기대가 보증금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안심전세는 좋은 출발점입니다. 저는 그 화면을 본 뒤 등기부와 실제 거래, 앞선 보증금까지 숫자를 맞춰보고 나서야 계약금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