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임대주택 경매 물건을 계산해봤더니

얼마 전 경매 물건을 보다가 감정가보다 꽤 낮게 나온 빌라 한 채에서 눈이 멈췄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임차인이 있었고, 현관 옆에는 임대사업자 안내문이 붙어 있더군요. 입찰장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이런 물건일수록 가격보다 먼저 확인할 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싸게 낙찰받아 단기임대주택으로 돌리면 수익이 나겠다는 계산은, 권리와 운영 조건을 확인한 뒤에 해야 합니다.
단기임대주택의 ‘단기’는 며칠짜리 임대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단기임대주택은 보통 단기민간임대주택을 뜻합니다. 현행 민간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가 등록해 6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유형입니다. 아파트는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주택 종류별 세부 요건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름만 듣고 한 달씩 빌려주거나 여행객에게 며칠씩 내주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처음부터 계산이 어긋납니다.
6년은 투자자에게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등록 후에는 임대의무기간 동안 계속 임대해야 하고, 기간 중 처분도 제한됩니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처럼 예외는 있지만, 시세가 오르면 곧바로 팔겠다는 계획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임대료 증액에도 법정 상한과 시기 제한이 있습니다. 세입자가 바뀔 때마다 원하는 만큼 올릴 수 있다고 잡은 수익표는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낙찰가보다 먼저 임차인의 날짜를 봅니다
제가 이 물건에서 제일 먼저 대조한 것은 등기부의 말소기준권리, 임차인의 전입일과 점유 시작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였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만 읽고 끝내지 않고, 입찰 직전 등기부와 사건 기록도 다시 봅니다. 서류에 적힌 임차관계와 실제 점유 상황이 다르면 잔금 이후 계획이 통째로 밀릴 수 있어서입니다.
예를 들어 선순위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이 8천만 원인데 경매대금에서 전액을 받지 못한다면, 낙찰자가 미배당 보증금을 떠안을 가능성을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전입일이 빠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수액을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점유가 이어졌는지, 유효한 임대차인지, 배당으로 얼마를 회수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판단이 흐리면 예상 낙찰가를 낮추는 정도로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저는 확인이 안 되는 물건은 입찰표를 쓰지 않습니다.
이미 등록된 임대주택이라면 현재 임대사업자의 등록 유형과 임대의무기간, 임대차계약 내용도 확인할 일입니다. 경매로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사실과 내가 새로 어떤 유형으로 등록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등기부에 적힌 권리만 보고 임대 운영 조건까지 승계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관할 지자체의 등록 현황과 법원의 사건 자료를 맞춰 봐야 합니다.
월세 숫자보다 6년의 현금흐름이 중요했습니다
앞의 빌라를 숫자로 다시 계산해 봤습니다. 아래 금액은 계산 방식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입니다. 낙찰가 2억 1,500만 원, 취득 관련 비용 450만 원, 수리비 900만 원, 기타 초기비용 150만 원을 넣으면 총투입액은 2억 3,000만 원입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5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보증금을 제외한 자기자금은 2억 2,000만 원입니다. 보증금은 언젠가 돌려줄 돈이므로 수익으로 넣지 않았습니다.
월세 85만 원을 12개월 모두 받으면 연 1,020만 원입니다. 그런데 공실 한 달을 잡으면 935만 원이고, 수선·보험·보유세 등으로 연 250만 원을 쓰면 685만 원이 남습니다. 대출 이자와 소득세를 빼기 전, 자기자금 대비 약 3.1%입니다. 대출을 쓰면 자기자금은 줄어도 이자와 만기 위험이 붙습니다. 경락잔금대출은 낙찰가 전액을 채워주는 돈이 아니니, 입찰 전에 금융기관의 가능 금액과 잔금일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수리비는 현장에서 가장 자주 낙관하는 항목입니다. 도배와 장판만 생각했다가 누수, 보일러, 배관을 만나면 900만 원은 금방 넘어갑니다. 임차인이 거주 중이라 내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수리비에 여유를 더 넣습니다. 명도 과정에서 이사 일정이 밀려 공실이 두세 달로 늘어나는 상황도 계산해 봅니다. 그때 수익이 사라진다면 싸 보이는 낙찰가도 안전한 가격은 아닙니다.
등록 전에 출구와 보증금부터 맞춰 봅니다
단기민간임대주택으로 운영할 생각이라면 낙찰 뒤 등록 가능 여부,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대상과 비용, 임대차 신고 의무를 순서대로 확인합니다. 보증 가입에는 예외와 세부 요건이 있으니 보증료를 무조건 0원으로 놓아서는 곤란합니다. 세제 혜택도 등록만 하면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취득 시점, 주택 종류, 면적, 가액, 보유 주택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관할 지자체와 세무 전문가에게 물건별로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저라면 입찰 전 메모지에 세 가지만 남깁니다. 인수할 수 있는 보증금의 최대치, 수리와 공실을 감안한 월 현금흐름, 6년 안에 팔아야 할 사정이 생겼을 때의 대응입니다. 셋 중 하나라도 숫자로 적지 못하면 그 물건은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은 겁니다. 단기임대주택이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건, 긴 의무기간을 버틸 수 있는 가격에 샀는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