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버팀목 전세대출 상담하다 계약을 멈춘 이유

얼마 전 신혼부부가 전세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보증금 3억 원짜리 집이었고,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대출로 2억 4천만 원을 빌리면 자기 돈 6천만 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계산했더군요. 숫자는 맞았습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보니 이미 근저당이 잡혀 있었습니다. 대출이 나오는지와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3억 원 전셋집에 자기 돈 6천만 원이면 될까
주택도시기금이 안내하는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의 대출 한도는 수도권 2억 5천만 원, 수도권 밖 1억 6천만 원입니다. 동시에 임차보증금의 80% 이내여야 합니다. 수도권 보증금 3억 원이라면 80%인 2억 4천만 원이 계산상 한도입니다. 보증금이 3억 5천만 원이면 80%는 2억 8천만 원이지만, 수도권 상한에 걸려 최대 2억 5천만 원입니다. 이 경우 자기 돈은 적어도 1억 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최대’라는 말을 놓치면 곤란합니다. 실제 승인액은 소득, 신용, 보증기관 심사, 집의 권리관계에 따라 줄거나 대출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중개보수와 이사비, 보증료도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계약금과 잔금을 딱 맞춰 계산한 계약은 심사 과정에서 한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급해집니다.
현재 주택도시기금 안내 금리는 연 1.9~3.3%입니다. 예를 들어 2억 4천만 원을 연 3%에 빌리고 이자만 낸다면 월 이자는 약 60만 원입니다. 여기에 관리비와 생활비를 더해 감당 가능한지 봐야 합니다. 낮은 금리만 보고 보증금을 무리하게 높이면 매달 빠져나가는 돈보다 만기에 돌려받아야 할 돈이 더 큰 걱정이 됩니다.
혼인 기간보다 먼저 확인할 서류가 있다
상품 대상은 혼인 기간 7년 이내이거나 3개월 이내 결혼 예정인 무주택 세대주입니다. 주택도시기금 안내에는 순자산가액 3억 4,500만 원 이하, 부부 합산 연소득 7,500만 원 이하가 기본 요건으로 적혀 있습니다. 최근에는 합산 소득이 이 기준을 넘더라도 대출 신청인 한 사람의 연소득이 5천만 원 이하라면 포함될 수 있다는 안내가 추가됐습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예전 기준만 보고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자격에 들어간다고 곧바로 돈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은행에서는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재직·소득 확인 서류, 확정일자가 찍힌 임대차계약서, 임차주택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을 확인합니다. 결혼 예정자는 청첩장이나 예식장 계약서도 준비해야 합니다. 부부의 소득 형태가 다르거나 재직 기간이 짧으면 필요한 서류가 달라질 수 있으니, 계약 전에 기금 수탁은행에서 본인 상황을 설명하고 예상 한도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신청은 기금e든든이나 기금 수탁은행에서 진행합니다. 자산심사 뒤에도 은행의 소득·담보 심사가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순서를 설명할 때마다 ‘온라인에서 신청됐다’와 ‘잔금일에 실행된다’를 구분해서 말합니다. 잔금일을 촉박하게 잡으면 서류 보완 한 번에 일정이 꼬일 수 있습니다.
대출 승인이 보증금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처음 이야기한 집은 보증금 3억 원에 선순위 근저당이 있었습니다. 이런 집에서는 등기부 을구에 적힌 채권최고액과 설정일을 먼저 봅니다. 갑구에서는 소유자가 계약 상대방과 같은지, 압류나 가압류처럼 권리를 흔드는 기록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등기부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위반건축물 표시, 특히 다가구주택이라면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까지 따져야 합니다.
전세대출에 붙는 보증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도 혼동하기 쉽습니다. 전자는 대출을 취급하기 위한 심사와 관련되고, 후자는 계약 종료 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상품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반환보증은 주택가격에 담보인정비율 90%를 적용한 금액에서 선순위채권 등을 빼 보증한도를 계산합니다. 가령 인정되는 주택가격이 3억 원이고 선순위채권이 3천만 원이라면, 계산상 보증한도는 2억 4천만 원입니다. 보증금이 3억 원인 계약은 이 계산만으로도 걸립니다. 실제 주택가격 산정과 다른 가입 요건은 별도 심사를 받습니다.
‘나중에 근저당을 지워주겠다’는 말만 믿고 계약금을 넣는 건 위험합니다. 말소 조건과 시점, 이행하지 않을 때 계약금을 어떻게 돌려받을지를 계약서에 명확히 적고, 은행과 보증기관에도 해당 조건으로 진행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잔금 당일에도 등기부를 다시 발급받아 그 사이 새 권리가 생기지 않았는지 봅니다.
계약금 보내기 전에 계산을 한 번 더 했다
그 부부에게는 예상 대출액 2억 4천만 원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자기 돈 6천만 원에 거래 비용과 이사비를 더하고, 대출액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얼마를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지도 적어봤습니다. 동시에 그 집의 선순위 권리와 반환보증 가능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계약금 송금을 미뤘습니다. 집은 다시 구할 수 있어도 묶인 계약금을 되찾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전세계약은 낮은 금리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보증금 반환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저는 대출 한도를 확인한 종이 옆에 등기부와 보증 가능 여부를 함께 놓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일수록 숫자와 권리관계를 차분히 확인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