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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가계약금 반환 300만 원 판례를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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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가계약금 반환 300만 원 판례를 다시 읽었다

얼마 전 전세 물건을 보던 지인이 계약서도 쓰기 전에 300만 원을 보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중개사는 집주인이 기다려주려면 돈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경매 물건을 볼 때도 서류 한 줄 때문에 수익 계산이 뒤집히는데, 전세 가계약금도 비슷하다. 송금액보다 먼저 확인할 건 그 돈을 어떤 조건으로 보냈는지다.

300만 원을 보낸 뒤 계약을 접은 임차인

대법원에서 다룬 실제 사례가 있다. 임차인이 아파트 전세계약을 협의하던 중 집주인에게 가계약금 300만 원을 보냈다. 이후 개인 사정으로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집주인은 임차인이 먼저 포기했으니 가계약금을 갖겠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2022년 9월 선고한 임차보증가계약금 반환 사건에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삼기로 한 약정이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는다면 임차인이 계약을 포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몰취할 수 없다고 봤다. 앞선 재판에서 임차인의 반환 청구를 배척한 판단을 파기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말은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는다면’이다. 가계약금이라고 이름 붙였으니 언제나 돌려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계약서 안 썼으니 무조건 반환”과 “먼저 마음 바꿨으니 무조건 포기”라는 말을 둘 다 듣는다. 둘 다 위험하다. 법원은 송금 이름표 하나로 판단하지 않는다. 당사자가 무엇에 합의했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를 본다.

계약서가 없어도 먼저 약속한 내용이 중요하다

전세 물건의 주소와 동·호수, 보증금 3억 원, 입주일, 계약금 지급 방식까지 서로 확정했다면 종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어도 계약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보증금은 대략 이야기했지만 입주일이나 선순위 권리 확인 뒤 계약할지를 남겨뒀다면 아직 교섭 중이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어느 쪽이든 문자 몇 줄을 떼어 읽으면 안 된다. 통화 뒤 보낸 확인 문자, 집주인의 답장, 중개사가 전달한 조건까지 시간순으로 놓아야 한다.

돈의 성격도 따로 봐야 한다. 정식 계약 전까지 임차인이 포기하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지 않고, 집주인이 포기하면 배액을 지급한다는 약속이 명확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이 2021년과 2022년 판결에서 짚은 부분이다. 단지 중개사가 “보통 가계약금은 못 돌려받아요”라고 말한 것과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약정은 다르다. 반면 송금 전에 양쪽이 반환 조건을 분명히 확인했다면 그 문구를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3억 원, 다음 달 20일 입주, 임차인 변심 시 200만 원 반환 불가”라는 문자를 받고 동의한 뒤 입금한 경우와, “일단 200만 원만 보내고 등기 확인 후 조건을 정하자”는 말을 듣고 입금한 경우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전자는 이미 합의한 범위가 넓고, 후자는 남겨둔 조건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실제 반환 여부는 전체 대화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대출이 막혔다고 자동으로 돌려받지는 않는다

전세를 구할 때 가장 많이 빠뜨리는 게 대출 조건이다. “대출이 안 나오면 돌려주겠지”라고 생각하고 먼저 입금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은행 심사 결과가 계약 취소와 가계약금 반환으로 이어지려면, 대출이 불가능할 때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합의해 두는 게 안전하다. 대출이 안 나온 이유가 임차인의 개인 신용인지, 집의 권리관계인지도 다툼이 될 수 있다.

나는 입금 전 문자에 세 가지를 넣는 편이다. 어느 집에 대한 돈인지, 정식 계약 전 어떤 사유가 생기면 반환하는지, 반환한다면 언제까지 누구의 계좌로 보낼지다. 대출이 필수라면 “전세자금대출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전액 반환”처럼 조건을 쓰고, 대출 신청 기한과 필요한 협조 범위도 함께 맞춘다. 집주인 명의 계좌인지 확인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중개사 개인 계좌로 보낸 돈은 누가 받았고 누가 반환할지부터 복잡해질 수 있다.

등기부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송금을 서두를 이유는 더 적다. 소유자, 근저당권, 압류 같은 권리관계와 선순위 보증금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까지 살펴야 보증금 회수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 가계약금 100만 원을 지키려다 보증금 수억 원의 위험을 놓치면 순서가 거꾸로다.

이미 보냈다면 대화 기록부터 모은다

반환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입금 내역, 매물 광고, 문자와 메신저 대화, 중개사가 전달한 조건을 먼저 모은다. 날짜순으로 보면 언제 보증금과 입주일이 정해졌는지, 반환 약속이 있었는지 드러난다. 통화로만 이야기했다면 통화 직후 주고받은 확인 메시지도 중요하다. 감정이 상했다고 대화방을 지우거나 상대방을 차단하면 스스로 자료를 버리는 셈이다.

그다음 집주인에게 계약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와 반환을 요구하는 금액, 계좌, 기한을 글로 남긴다. 중개사를 통해서만 말하지 말고 실제 돈을 받은 사람에게 의사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응답이 없으면 내용증명으로 요구 내용을 남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내용증명 자체가 반환을 확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계속 다툰다면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을 검토하게 되는데, 지급명령에 상대방이 이의하면 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다. 청구액뿐 아니라 증거와 절차에 드는 시간도 같이 계산해야 한다.

전세 가계약금 반환 분쟁은 보통 몇십만 원, 몇백만 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입금 전에 조건을 확인하는 습관은 그 뒤에 맡길 보증금을 지키는 일과 이어진다. 경매 입찰장에서 작은 권리 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듯, 전세에서도 ‘일단 보내고 나중에 쓰자’는 말 앞에서는 잠깐 멈추는 편이 낫다.

전세 가계약금 반환 300만 원 판례를 다시 읽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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