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복비 계산기 믿고 계약했다가 다시 계산한 이야기

전세 계약서를 쓰던 자리에서 복비가 예상보다 높게 적힌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계산기에 보증금을 넣었을 때 나온 금액과 달랐거든요. 중개사에게 산출 내역을 물으니 매매 요율을 적용한 단순 실수였습니다. 몇십만 원 차이였지만, 계약서 앞에서는 그 돈을 그냥 넘기기 쉽습니다.
경매로 집을 사면 입찰과 낙찰 과정에는 복비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새 세입자를 들일 때 중개사를 통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전세 복비 계산기를 쓰기 전에 무엇을 계산하는지부터 알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산기에 나온 금액은 청구서가 아니다
전세 복비 계산기의 기본식은 간단합니다. 전세보증금에 해당 구간의 중개보수 상한요율을 곱합니다. 금액별 한도가 따로 있으면 그 한도도 적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상한’입니다. 계산기에 90만 원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90만 원을 내기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게시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의 주택 임대차 기준을 보면, 보증금 1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의 상한요율은 0.3%입니다. 전세 3억 원이면 3억 원 × 0.3% = 90만 원이죠. 이는 임차인 한쪽이 부담할 수 있는 중개보수의 상한을 계산한 값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중개보수를 부담하며, 실제 금액은 각자 상한 범위에서 중개사와 협의해 정합니다.
저는 전세를 놓을 때 보증금만 정해지면 복비 예상액도 비용표에 적어둡니다. 경락잔금대출 이자, 수리비, 공실 기간을 따져 놓고 중개보수를 빼먹으면 예상 수익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거든요. 작은 비용이라고 해도 투자 계산에서는 처음부터 자리를 잡아줘야 합니다.
보증금 경계에서 복비가 달라진다
주택 전세의 중개보수 상한은 보증금 구간에 따라 바뀝니다. 5천만 원 미만은 0.5%에 최대 20만 원,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은 0.4%에 최대 30만 원입니다. 1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은 0.3%, 6억 원 이상 12억 원 미만은 0.4%, 12억 원 이상 15억 원 미만은 0.5%, 15억 원 이상은 0.6%입니다. 주택 중개보수는 시·도 조례가 정하는 범위도 확인해야 합니다.
숫자를 넣어 보면 한도액의 역할이 분명해집니다. 전세 4천만 원에 0.5%를 곱하면 20만 원입니다. 전세 8천만 원에 0.4%를 곱하면 32만 원이지만, 이 구간의 한도액이 30만 원이라 중개보수 상한은 30만 원입니다. 계산기가 요율만 곱해서 32만 원을 보여준다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고액 전세도 구간을 잘 봐야 합니다. 전세 5억 원의 상한은 150만 원이고, 전세 6억 원은 6억 원 이상 구간에 들어가 상한이 240만 원입니다. 경계값에서는 요율이 달라지므로 ‘대략 이 정도’로 잡지 말고 계약하려는 보증금 그대로 다시 입력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입찰가를 정할 때 만 원 단위까지 다시 보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계산기에서 자주 놓치는 입력값
먼저 물건 종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파트·다세대주택 같은 주택과 오피스텔은 중개보수 기준이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과 시설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집니다. 건축물대장에서 용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주택으로 선택하면 처음부터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세라고 들었는데 실제 계약에는 월세가 조금 섞인 경우도 있습니다. 보증금 외에 월 차임이 있다면 순수 전세 보증금만 입력해서는 안 됩니다. 월세 거래금액은 원칙적으로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해 구하고, 그 결과가 5천만 원 미만이면 월세의 70배를 더해 다시 계산합니다. 이 환산액으로 임대차 요율 구간을 찾습니다. 전세와 반전세를 계산기에서 잘못 선택하면 복비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부가가치세 표시도 확인합니다. 중개보수 계산 결과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됐는지, 별도인지 계산기마다 표시 방식이 다릅니다. 계약 현장에서는 중개사에게 중개보수 산출액과 부가가치세를 구분해 적어 달라고 합니다. 확인·설명서에도 중개보수와 실비의 금액, 산출 내역, 지급 시기를 살펴볼 자리가 있습니다.
계약서 앞에서 제가 확인하는 순서
계산기는 계약 전에 협의할 숫자를 만드는 도구로 씁니다. 보증금과 물건 종류를 입력해 상한을 확인한 뒤, 실제 지급할 금액과 지급 시기를 중개사와 이야기합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상 지급 시기는 약정에 따르고, 약정이 없다면 거래대금 지급이 완료된 날을 기준으로 합니다. 계약 때 낼지, 잔금 때 낼지 서로 생각이 다르면 그 자리에서 문서로 남기는 편이 깔끔합니다.
-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계약 형태가 계산기 선택값과 맞는지 확인한다.
- 보증금 구간의 상한요율과 소액 거래의 한도액을 함께 계산한다.
- 협의한 중개보수, 부가가치세 포함 여부, 지급 시기를 확인·설명서와 계약 내용에 맞춰 확인한다.
복비 몇십만 원을 아끼는 것보다 더 큰돈이 걸린 확인도 있습니다. 특히 경매로 취득한 집을 전세로 놓을 때는 임차인이 선순위 권리, 보증금 반환 가능성, 대출 상태를 묻습니다. 중개보수 협의와 별개로 그 자료를 정확히 내놓아야 계약이 오래 갑니다. 저는 계산기에 뜬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어떤 물건과 어떤 계약 조건에서 나왔는지를 한 번 더 보는 쪽이 마음이 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