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중개수수료를 계산해봤더니 6억에서 달라졌다

얼마 전 전세 물건을 같이 보던 지인이 보증금 6억 원짜리 집의 중개수수료를 180만 원쯤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5억 원대 물건에서 보던 요율 0.3%를 그대로 곱한 거죠. 그런데 6억 원부터는 구간이 바뀝니다. 서울의 주택 전세라면 상한요율이 0.4%라서 중개보수 상한은 240만 원입니다. 잔금 계획을 빡빡하게 세웠다면 60만 원 차이도 작지 않습니다.
저는 경매 물건을 볼 때 취득세와 명도비를 따로 적어 두듯, 전세 계약을 볼 때도 중개보수를 별도 항목으로 계산합니다. 계약서 쓰는 날 숫자를 처음 보면 협의할 여유가 없어지거든요.
전세금에 요율을 곱하기 전에 구간부터 본다
주택 전세의 거래금액은 전세보증금입니다. 서울특별시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를 기준으로 하면, 5천만 원 미만은 0.5%에 한도 20만 원,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은 0.4%에 한도 30만 원입니다. 1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은 0.3%, 6억 원 이상 12억 원 미만은 0.4%, 12억 원 이상 15억 원 미만은 0.5%, 15억 원 이상은 0.6%입니다. 이 숫자는 임차인 한쪽이 낼 수 있는 상한요율입니다.
계산은 ‘보증금 × 해당 구간의 요율’로 합니다. 한도액이 있는 구간은 계산 결과와 한도액 중 낮은 금액을 적용합니다. 전세금 8천만 원에 0.4%를 곱하면 32만 원이지만, 그 구간의 한도가 30만 원이므로 중개보수 상한은 30만 원입니다. 전세금 4억 원이면 0.3%를 곱해 120만 원이고요.
경계에 걸린 물건은 특히 다시 계산합니다. 5억 9천만 원의 상한은 177만 원인데, 정확히 6억 원이면 240만 원입니다. 요율이 바뀌면서 63만 원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보증금을 억지로 낮춰 적을 일은 아닙니다. 실제 계약금액으로 계산하고, 보수가 얼마인지 협의하는 게 맞습니다.
위 숫자는 서울의 주택 기준입니다. 주택 중개보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의 상한 범위 안에서 시·도 조례가 정하므로, 다른 지역 물건은 해당 지역 조례를 확인해야 합니다. 주거용으로 쓰는 오피스텔도 주택 요율을 무조건 적용하는 건 아닙니다. 건축물 용도와 면적·시설 요건에 따라 별도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상한액을 제시받아도 계약 전 협의할 수 있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법정 수수료가 이 금액”이라는 겁니다. 엄밀히는 법이 정한 고정 가격이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상한입니다. 그 범위 안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가 협의해 정합니다. 임대인 몫과 임차인 몫도 각각 계산합니다. 한쪽이 양쪽 몫을 당연히 내는 구조로 생각하면 견적부터 꼬입니다.
저라면 집을 보러 다닐 때부터 무작정 깎아 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계약할 집이 정해졌을 때 보증금과 적용 요율을 확인하고 “중개보수는 얼마로 협의할까요? 부가가치세 포함 금액인가요?”라고 묻습니다. 합의한 금액과 지급시기를 계약서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적어 두면 잔금 날 말이 달라질 여지가 줄어듭니다.
부가가치세도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시 안내에는 중개보수의 부가가치세가 별도라고 나옵니다. 다만 청구 방식은 중개사무소의 과세 유형과 합의한 금액이 세금 포함인지에 따라 확인할 부분이 있습니다. 예컨대 보수 120만 원에 일반과세자의 부가가치세 10%를 별도로 더하기로 했다면 지급액은 132만 원입니다. 처음부터 120만 원을 세금 포함 총액으로 합의했다면 같은 금액을 또 더해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영수증까지 받아 두는 게 좋습니다.
계약금 낼 때 중개보수도 바로 내야 할까
이 부분도 현장에서 오해가 많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은 중개보수 지급시기를 당사자와 중개사무소의 약정에 따르도록 합니다. 약정이 없다면 거래대금 지급이 완료된 날이 기준입니다. 전세라면 보통 잔금 지급을 마친 날로 이해하면 됩니다. 계약 당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약정을 먼저 봐야 합니다.
계약이 깨졌을 때도 사유를 따져야 합니다. 단순히 잔금 전에 계약이 해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중개보수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중개사의 고의나 과실 때문에 거래가 무효·취소·해제됐다면 공인중개사법상 보수 청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계약을 끝냈는지, 중개 과정에서 무엇을 설명했는지를 계약서와 메시지로 남겨 두는 이유입니다.
같은 집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갱신 조건을 합의했다면, 중개사무소가 관여하지 않았는데 새 중개보수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중개사무소에 새 조건의 조율과 계약 체결을 맡겼다면 어떤 업무를 의뢰했고 보수는 얼마인지 먼저 합의하는 편이 깔끔합니다.
수수료보다 비싼 실수는 권리관계를 놓치는 일이다
경매 투자자로서 더 신경 쓰이는 건 중개보수 몇십만 원보다 보증금 수억 원의 회수 가능성입니다. 낙찰받은 집에 새 임차인을 들일 때도 등기부상 소유권 이전과 남아 있는 권리관계, 기존 점유자의 퇴거 여부를 확인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등기부의 소유자와 계약 상대방이 같은지, 근저당권과 압류가 있는지, 잔금일에 권리관계가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봐야 합니다. 서울시의 중개거래 주의사항도 소유자 확인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수령을 강조합니다.
한 번은 수수료를 먼저 흥정하다가 정작 등기부를 계약 직전에야 본 사람을 만났습니다. 보수 몇만 원을 아끼는 일과 보증금의 안전을 확인하는 일은 순서가 다릅니다. 상한액을 직접 계산하고, 실제 지급액과 시기를 적어 두고, 권리관계까지 확인한 뒤 서명하는 쪽이 제게는 훨씬 편한 거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