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의경매 세입자 보증금을 계산해봤더니

입찰표를 쓰기 직전, 세입자 한 명 때문에 계산기를 다시 꺼낸 적이 있습니다. 등기부에는 근저당권이 보였고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임차인 보증금이 적혀 있었죠. 처음엔 낙찰가만 맞추면 될 것 같았는데, 전입일을 확인하고 보니 낙찰 뒤에도 돌려줘야 할 보증금이 남을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부동산 임의경매 세입자를 볼 때 제가 먼저 묻는 건 ‘살고 있나’가 아니라 ‘언제부터 어떤 권리를 갖췄나’입니다.
근저당권 날짜보다 전입일만 보면 놓치는 것
임의경매는 보통 근저당권 같은 담보권을 실행하면서 시작됩니다. 주택 세입자의 대항력은 주택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생깁니다. 그래서 등기부의 근저당권 설정일과 전입신고일을 나란히 놓되, 전입 당일이 아니라 대항력이 생긴 날을 비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2020년 5월 10일 입주와 전입신고를 마쳤고, 근저당권이 2020년 6월 1일 설정됐다면 날짜상 세입자의 대항력이 앞섭니다. 반대로 근저당권이 5월 1일이고 세입자의 대항력이 5월 11일 생겼다면 그 근저당권에는 대항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세입자 있음’이라는 문구라도 낙찰자의 부담은 크게 달라집니다.
다만 전입일 하나로 판정하면 위험합니다. 실제 점유가 언제 시작됐는지, 주민등록 주소가 해당 주택을 제대로 가리키는지, 세대가 옮겨간 적은 없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의 세입자와 각 보증금을 함께 확인해야 계산이 됩니다. 서류 사이에 날짜나 금액이 다르면 저는 입찰가부터 쓰지 않습니다.
배당요구를 했어도 보증금이 남을 수 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역할이 다릅니다. 대항력은 낙찰자에게 임대차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고, 우선변제권은 경매대금에서 순위에 따라 보증금을 배당받을 권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우선변제권에는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에 더해 임대차계약서의 확정일자가 필요합니다. 배당을 받으려면 배당요구 종기도 확인해야 하죠.
가령 선순위 대항력 있는 세입자의 보증금이 1억 8천만 원인데, 낙찰대금에서 비용 등을 뺀 뒤 그 세입자에게 1억 2천만 원만 배당됐다고 가정해봅시다. 남은 6천만 원은 낙찰자가 부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가진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더라도 보증금 전액을 받지 못하고 대항요건을 유지한다면, 남은 보증금에 관해 임대차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낙찰가가 1억 3천만 원이라면 ‘싸게 샀다’는 말은 잔금과 보증금 잔액을 함께 적어본 뒤에 해야 합니다.
선순위 세입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낙찰자가 보증금 전액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도 생각해야 합니다. 반면 근저당권보다 뒤에 대항력을 갖춘 세입자는 그 근저당권 실행 경매의 낙찰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렇다고 세입자에게 손실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당 순위와 매각대금에 따라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후순위 세입자라도 소액임차인 여부는 따로 본다
제가 초보 입찰자에게 특히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근저당권 뒤에 전입했으니 세입자 보증금은 전부 무시해도 된다’고 계산하면 배당 예상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요건을 갖춘 소액임차인에게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둡니다. 경매신청 등기 전에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 요건을 갖췄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소액임차인의 기준 보증금과 우선변제 범위는 지역에 따라 다르고, 관련 담보물권이 설정된 시기의 기준도 따져야 합니다. 지금 보이는 금액표를 오래전 설정된 근저당권에 그대로 대입하면 안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계산할 때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해당 시기 시행령과 등기부 날짜를 함께 펼쳐둡니다. 배당받을 사람이 달라지면 선순위 세입자에게 돌아갈 금액, 결국 낙찰자가 떠안을 잔액도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입찰 전에는 서류 세 장의 숫자를 맞춘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서는 근저당권·압류·가압류 등 권리의 접수일을 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는 임차인의 점유, 전입, 확정일자, 배당요구와 매수인 인수 가능성에 관한 기재를 읽습니다. 현황조사보고서에서는 실제 누가 점유하는지 확인하죠. 셋 중 하나에 ‘미상’이 있거나 내용이 어긋나면 그 빈칸을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도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므로, 불명확한 사실까지 확정해 주는 서류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제 입찰 계산서에는 낙찰가 옆에 취득세 등 거래비용, 대출이자, 수리비, 명도에 드는 시간과 비용, 세입자 보증금 인수 예상액을 따로 적습니다. 특히 선순위 세입자에게 배당될 금액이 불확실하면 인수액을 한 숫자로 단정하지 않고 범위를 잡습니다. 보증금 반환 문제가 남아 있는 세입자에게 무조건 집을 비우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계산은 현장에서 자주 깨집니다.
서류로 대항력이나 보증금 액수가 확인되지 않는 물건은 아무리 가격이 좋아 보여도 저는 쉽게 입찰표를 쓰지 않습니다. 낙찰가의 몇 퍼센트를 깎느냐보다, 낙찰 뒤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 숫자를 제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입찰가가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