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복비를 따져봤더니 계산서가 달랐다

상가를 보러 다니다 보면 권리금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복비는 계약 직전에야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그 순서 때문에 계산이 꼬이는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보증금과 월세는 적어 두었는데 권리금 소개비를 누가 얼마 내는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겁니다. 막상 잔금 날짜가 다가오면 몇백만 원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상가 권리금 복비는 돈의 성격부터 나눠야 합니다
먼저 임대차 중개보수와 권리금 거래를 도운 대가를 구분해야 합니다. 임대차 중개보수는 새 임차인과 임대인이 상가 임대차계약을 맺도록 중개한 대가입니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시설, 거래처, 영업상의 이점 등을 넘기면서 새 임차인에게 받는 돈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도 권리금을 보증금·차임과 별개의 대가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권리금 4,000만 원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금액을 임대차 중개보수의 거래금액에 더해 계산하면 곤란합니다. 반대로 중개인이 권리금 거래에도 관여했다면 어떤 일을 맡았고 대가를 어떻게 약속했는지 따져볼 여지는 있습니다. 계약서에 ‘복비’ 한 줄로 합쳐 적으면 나중에는 임대차 중개보수인지, 권리금 거래를 도운 비용인지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 쉽습니다.
대법원은 영업시설이나 영업상 이점의 양도를 알선한 대가를 부동산 중개보수와 구별해 판단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름만 권리금 소개비나 컨설팅비로 붙였다고 언제나 별도 비용이 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한 일이 임대차 중개와 사실상 같다면 거래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명칭보다 ‘무슨 일을 했고, 누가 얼마를 주기로 했는가’를 문서로 남기는 게 안전합니다.
보증금과 월세로 복비를 계산해보면
일반적인 상가 임대차에서 중개보수 계산의 출발점은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거래금액입니다. 그렇게 계산한 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이면 월세의 70배를 더하는 방식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주택 외 중개보수는 통상 거래금액의 0.9% 이내에서 의뢰인과 중개인이 협의합니다. 0.9%가 무조건 내야 하는 고정 요율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50만 원인 일반 상가라면 거래금액은 1억 8,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0.9%를 적용한 162만 원은 상한을 계산한 값입니다. 실제 중개보수는 그 범위 안에서 협의한 금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부가가치세가 별도로 붙는지까지 포함해 최종 지급액을 적어 두면 잔금일에 숫자가 달라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같은 점포에 권리금 4,0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해도 앞의 임대차 거래금액이 2억 2,000만 원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중개인이 권리금의 10%인 400만 원을 별도로 요구한다면, 임대차 중개보수와는 다른 돈을 청구하는 셈입니다. 그 400만 원을 누가 부담하기로 했는지, 어떤 업무의 대가인지, 언제 지급하기로 했는지 합의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권리금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지급 의무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권리금 계약서보다 임대인 의사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권리금 협상은 기존 임차인과 잘 끝났는데 임대인과 새 임대차 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가 멈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월세가 150만 원이라 들었는데 새 임차인에게는 210만 원을 제시한다면 사업 수지가 달라집니다. 권리금 4,000만 원을 줄지 말지 판단할 때부터 새 보증금, 월세, 관리비와 업종 허용 여부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상가 거래를 검토할 때는 권리금 계약금 지급 전에 임대인이 제시하는 새 임대차 조건을 확인합니다. 기존 임차인의 설명만 듣고 월세를 확정된 숫자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권리금 계약서에도 새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지 않을 때 계약금과 이미 지출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 적습니다. 임대인이 반드시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해 준다는 전제를 깔고 돈부터 보내면 분쟁이 커지기 쉽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일정 기간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합니다. 그렇다고 새 임차인이 제시한 조건대로 임대인이 무조건 계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당한 거절 사유가 있는지, 실제로 회수를 방해했는지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권리금이 법으로 보호된다’는 말만 듣고 계약금 반환 조건을 비워 두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와 당장 돌려받아야 할 돈을 혼동하게 됩니다.
계약 전에 세 장의 종이를 맞춰 봅니다
제가 확인하는 서류는 임대차계약서, 권리금 계약서, 중개보수 약정 내용입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새 보증금과 월세, 인도일을 확인합니다. 권리금 계약서에는 넘겨받는 시설과 집기 목록, 고장이나 철거가 필요한 부분, 잔금 지급 조건을 적습니다. 중개보수는 임대차 중개보수와 권리금 거래 관련 비용을 구분해 금액과 부담자를 적어 둡니다. 셋 중 하나라도 금액이나 날짜가 다르면 서명 전에 맞춰야 합니다.
권리금 4,000만 원이라는 숫자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냉장고와 간판을 새로 달아야 하는 점포라면 시설값을 낮춰 봐야 하고, 매출을 근거로 권리금을 부른다면 매출 자료와 실제 지출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임대차 중개보수, 별도로 합의한 비용, 시설 보수비, 세금까지 더해 보면 처음 들은 인수 가격보다 현금이 훨씬 많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복비 몇십만 원을 깎는 협상보다 권리금과 월 고정비를 잘못 본 손실이 더 큽니다.
상가 권리금 복비로 다툴 때는 대개 돈을 내는 시점보다, 돈의 이름과 계산 근거를 확인하지 않은 시점에 문제가 시작됩니다. 저는 권리금 협상이 잘 풀릴수록 오히려 계산서를 천천히 봅니다. 좋은 자리라고 서둘러 계약한 뒤에도 매달 월세는 빠져나가니까요.
